'돌고래 장두리 임신'에 해양단체 '수족관 번식' 중단 촉구

울산 남구 "체계적인 관리"... 핫핑크돌핀스 "임신한 몸으로 공연"

등록 2019.07.11 08:23수정 2019.07.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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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이 만든 돌고래주민등록증 ⓒ 고래생태체험관


지난 6월 24일 울산 남구청 산하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장두리'가 최근 임신해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며 "수의사가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를 실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남구의 홍보에 여러 언론에서는 '장두리 임신 축하'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에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10일 성명을 내고 "올해 10월 출산 예정임을 감안하면 임신 8개월에 이를 때까지 장두리는 매일 세 차례씩 대중들을 상대로 돌고래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의 공연을 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신한 몸으로 무리가 가지나 않았을지 우려가 크다"며 "반생명적인 수족관 번식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사육 중인 성체 돌고래들은 2009년 개장 당시 일본 다이지에서 반입된 수컷 큰돌고래 고아롱과 암컷 장꽃분, 그리고 2012년 반입된 암컷 큰돌고래 장두리 등 세 마리이며 2017년 장꽃분이 새끼 고장수를 출산했고 그해 2월 일본 다이지에서 암컷 큰돌고래 장도담이 반입됐다.

그러나 2014년과 2015년엔 장꽃분이 출산한 새끼 2마리가 출산 후 며칠 만에 폐사하면서 해양단체가 수족관 사육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양단체는 왜 수족관 돌고래 임신을 우려하나

핫핑크돌핀스는 이미 울산에서 두 차례나 발생한 수족관 출산 새끼 돌고래의 폐사 전력을 들었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남구측에 여러 차례 암수 돌고래의 분리사육을 요구했지만 남구는 암수개체를 따로 분리해 사육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며 "성체가 되어 성적으로 성숙한 암수 돌고래들을 좁은 수조에 같이 넣어놓고 키우겠다는 것은 앞으로 수족관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울산 남구측은 새로 태어날 새끼돌고래도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는데, 이는 의지만 갖고 되는 일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돌고래 수족관의 큰돌고래 출산 통계에서 새끼 돌고래의 절반 이상인 52%가 생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는 점을 들었다.

울산 남구측 설명대로 수의사와 전문 사육사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수족관 출생 돌고래들이 왜 이렇게 일찍 죽는 것일까?

수족관 안에는 상어 등 포식자에 희생될 위험도 없고, 기생충에 감염될 염려도 없으며, 선박 등과 부딪히거나 그물에 걸려 죽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안전한' 환경인데도 수족관 출산 돌고래가 생후 10년간 생존할 가능성 역시 겨우 14%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에 대해 핫핑크돌핀스는 "비좁은 수조 환경에서 살아가는 어미 돌고래들은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에 새끼 돌고래가 태어났을 때 제대로 양육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임신한 상태로 출산 직전까지 돌고래 쇼를 하다가 새끼를 낳고 나서야 겨우 잠깐 쉬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자궁에서 건강히 자라야 할 새끼 돌고래가 제대로 발육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통 야생에서 공동육아를 하는 암컷 돌고래 무리는 자연스러운 사회관계망 속에서 새끼들에게 수유를 하고 보살피며 생존률을 높이는데 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족관 환경에 놓인 어미와 새끼 돌고래들은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에 실패하기 마련이며 야생에서 살아야 할 행동을 배우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새로 태어난 돌고래의 폐사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따라서 핫핑크돌핀스는 "전문 인력이 아무리 정성스럽고 극진하게 보살핀다고 해도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들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일찍 폐사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 수족관 사육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을 금지시켜야 하지 않을까"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즉각 암수 돌고래 분리사육을 실천해 번식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을 통해 수족관 고래류의 번식과 전시 및 공연을 금지시키고,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야생방류 또는 바다쉼터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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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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