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주노동자 사망사고 인권위 권고 '불수용'

인권위, 권고 결정문 공표하고 법무부 비판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

등록 2019.07.11 13:15수정 2019.07.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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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법무부 단속반을 피하려다 7.5m 아래로 추락해 끝내 숨진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2018년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법무부 단속반을 피하려다 7.5m 아래로 추락해 끝내 숨진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김종훈
      
법무부가 단속과정에서 일어난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자 징계 권고 등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11일 인권위는 법무부의 조치가 '우리 사회 인권 보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의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이라며 비판하고 관련 내용을 공표했다.

지난해 8월, 이주노동자 딴저테이(25)씨는 법무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피해 달아나려다 7.5m 공사장 아래로 추락했다. 이날 사고로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8일간 뇌사 상태로 지내다가 같은 해 9월 8일 사망했다. 딴저테이씨는 지난 2013년 취업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으나 지난해 상반기 비자가 만료돼 법무부의 단속 대상이 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이 사건에 대한 직원조사를 결정했으며, 올해 1월 딴저데이씨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며 사고 책임이 있는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11일, 인권위는 법무부가 관계자 징계와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감독 체계 마련 등 인권위 권고 일부 사항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밝혀왔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며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한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인권위 직권조사 중 확인한 사고의 책임성과 단속과정에서의 불법성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회신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책임자 징계 조치에 대해서도 "관련 국가배상소송이 확정된 이후 판결 결과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조치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밝혀왔다고 했다.

인권위가 재발 방지 대책으로 권고한 단속과정 영상녹화 의무화도 법무부는 "초상권 논란이 있어 전면 도입이 어렵다"라고 했다. 또, 법무부는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감독 방안 마련을 요구한 인권위의 권고도 "입법정책 상의 문제"라고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법무부는 단속계획에 '안전 확보 방안 기재란'을 신설하는 등 안전사고 대응 규정을 명확히 하고, 단속반원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일부 권고에 대해선 수용했다. 보호 명령서 발급 비율과 관련해서도 "인적사항이 명확히 확인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호 명령서를 발급해 단속에 임하도록 하는 내부지침을 시달하겠다"라고 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가 일부 권고를 수용하기는 하였지만,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는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회피한 채 일선 단속 직원 교육 위주의 조치만을 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 인권 보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이라며 "미등록체류자 단속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에 대한 문제의식과 현행 단속 방식의 효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같은 형태의 사고와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법무부를 비판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이 사건을 직권조사해 법무부에 권고한 결정문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5항에 따라 11일 공표했다.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에는 직권조사한 내용과 이를 근거로 법무부 장관 등에게 사고 책임자 징계를 권고한 사항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법무부 산하 인천 출입국·외국인청 등은 단속 현장을 5차례 사전답사했으며, '미등록체류자의 수가 80명이 넘는다'라는 취지의 제보가 반복됐으나 단속 중 도주나 저항, 그로 인한 안전사고 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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