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분담금 낼 필요가 없는 테이크아웃 컵 (]쓰레기여행' 동영상 캡처 화면)
정다운(쓰레기여행)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다른 페트병은 재활용분담금이 붙어있어. 냉장고나 세탁기 사면 업체에서 헌 가전제품 가져가잖아. 그게 바로 생산자가 폐기물을 책임지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 덕이지.
컵 1000개를 씻는 '창조 노동' 해봤어? 근데도 나는 쓸모가 없다네.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에 빠져 있기 때문이야. 분담금도 안 나오는데 음료에, 빨대에, 컵홀더에, 휘핑크림과 끈적이는 시럽에, 레몬 슬라이드 같은 음식물 쓰레기도 섞여 있어. 도대체 분담금도 나오고 비교적 깨끗한 음료 페트병을 놔두고 누가 나를 쓰겠냐고. 나한테도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를 적용해주거나 세금을 붙여줘. 나도 페트라서 기술적으로는 100% 재활용될 수 있다고. 흐흑. 이대로 소각장에서 타 죽거나 매립지에 생매장되고 싶지 않아.

▲ 이러니 누가 나를 택하겠어. 재활용 분담금 붙은 페트병도 차고 넘치는데. (쓰레기여행' 동영상 캡처 화면)
정다운(쓰레기여행)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 회피' 경향이 있어서 앞으로의 더 큰 이익보다 눈 앞의 작은 손실에 훨씬 민감해. 즉 텀블러를 사용해서 받는 300원 할인이나 환경보호보다는 당장 컵 값이나 보증금 등 50원 ~1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손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뜻이야.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비용을 부과해야 세상이 바뀌는 거지.
텀블러나 재사용 컵을 쓰는 사람들이 '제 컵에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 컵을 쓰는 사람들이 '일회용 컵을 주세요'라고 요구하도록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해. 그리고 일회용 컵에 부과된 돈으로는 재활용 업체를 살리고 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주워서 다시 살리는 데 써줘. 제발.
정녕 대안은 없을까?
정말로 테이크아웃 컵은 일회용 외에 대안이 없을까. 독일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 시는 25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야. 이곳에는 2016년부터 전체 카페 중 60%가 참여한 '프라이부르크 컵' 재사용 컵이 있어. 시는 카페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재사용 컵과 포스터를 배포하고 손님들은 참여 카페 어디에서나 보증금 1유로(약 1300원)에 재사용 컵을 빌리고 반납 시 보증금을 환불 받을 수 있어. 지금까지 약 2만6000개의 프라이부르크 컵이 배포되었고 약 85%의 컵이 카페로 돌아와 세척 후 재사용되는 중이야.

▲ 프라이부르크 시티컵과 그에 대해 설명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담당자
고금숙(쓰레기덕질)

▲ 트럭 카페에서 사용되는 프라이부르크 시티컵, 테이크 아웃을 위한 트럭 카페인데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예 없음
고금숙

▲ 일회용 컵 대신 프라이부르크 시티컵과 'coffee to go?'라며 재사용 컵을 알리는 나무 안내판
고금숙(쓰레기덕질)
미국의 '벡셀웍스'나 영국의 '컵클럽'은 다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제공 수거 세척하는 기업이야. 카페 공항 회사 캠퍼스 축제 등 일회용 컵을 쓰는 곳과 계약을 맺고 다회용 컵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2018년에 영국 스타벅스가 일회용 컵 하나당 5펜스씩 가격을 부과한 사례도 있어. 이를 라떼세(Latte Levy)라고 해. 국내에서도 일회용 컵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 '슬라부', '리텀', 통영 '통블러' 등에서 텀블러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또 전주 객리단 길에서는 재사용 컵을 대여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야.
답정너, 컵보증금제
현재 가장 현실적인 제도는 일회용 컵보증금제도야. 나한테 세금이나 가격을 매기면 사람들 반발이 너무 심할 거니까 우선 일회용 컵보증금을 내게 하고 컵을 가져오면 다시 보증금을 내주는 거지. 국내에서 이미 2002~2008년에 시행한 적도 있고 환경부도 하고 싶어 해.
2008년 컵보증금제 폐지 후 일회용 컵 사용량은 약 66% 증가했고, 특히 폐지 직후인 2~3년 사이에 급증했어.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모아 재활용 업체로 보내고 미반환 보증금을 업체에 지원하면 나도 재활용될 수 있겠지. 누구든 버려진 나를 구해낸 사람은 보증금을 받고 길거리가 절로 깨끗해지고 말이야. 사실 청소노동자들이 여름철에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

▲ 컵보증금제 이후 일회용컵 사용량 급증
고금숙(쓰레기덕질)

▲ 찬성한들 국회의 반대로 실시가 안 돼 ㅠㅜㅠㅜ
고금숙(쓰레기덕질)
이토록 괜찮은 컵보증금제가 실시되지 못하는 까닭이 있어.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야. 재활용법을 바꿔야 할 국회의원들이 일회용 사용이 불가피하고, 텀블러는 더러우며, '이런 것 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호통을 치며 반대했기 때문. 헐...
(*지난 9월 10일 환노위(제364회)에서 '일회용 컵보증금제도' 도입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환노위 위원 중 한 명은 "비위생적인데 그것을 모아서... 이런 법률은 상식에 어긋난다. 이런 것 하는 나라가 어딨냐", "텀블러가 얼마나 더러운데 갖고 다니라는 거냐" 등의 발언을 했다. )
타는 목마름으로 당신들께 부탁하고 싶어. 나를 위해 제발 국회의원들 설득해서 컵보증금제 좀 해줘. 독일은 음료 페트병과 유리병 모두 보증금제를 실시해서 페트병의 약 90%를 재활용하고 있어. (거기서 페트병으로 태어났어야 했어!!!)
▲ 국회 왓칭유
SBS 드라마 화면 캡처
플라스틱 컵어택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나는 요즘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에서 살고 있어. 결국 딱 한 군데, 어린이 재활용 워크샵에 사용한다면서 서울생활용플라자에서 나를 받아줬거든. 그러니까 나는 0.00000000000001% 확률로 구원받은 셈이야. 이어서 7/25(목)과 7/27(토) 서울의 홍대와 공릉 지역에서 버려진 컵을 구원하는 '플라스틱 컵어택'이 열려. 와서 내 친구들을 구해줘. 더울 텐데, 미리 고마워.
▲ 컵을 씻어 서울새활용플라자에 가져갔다
고금숙(쓰레기덕질)
▲ 제발 받아주세요. 컵 구출작전 @서울새활용플라자
고금숙(쓰레기덕질)
- 컵보증금제 부활을 위한 서명 참여 bit.ly/컵보증금제
- 플라스틱 컵어택 시간 등 자세히 보기 https://govcraft.org/p/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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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쓰레기쿠스, 알맹상점 / 수리상점 곰손 운영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안녕하세요. 시민저널리즘부 박정훈 기자입니다.
sometimes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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