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은 불가합니다" 아이돌 굿즈의 배짱 장사

반품 및 환불 정보, 판매 사이트에 기재하지 않아

등록 2019.07.24 12:36수정 2019.07.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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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 정보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아이돌 굿즈

제품 정보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아이돌 굿즈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여성아이돌그룹 B의 상징이 담긴 '손풍기'부터 남성 그룹 E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인터넷 사이트 '와이지이샵(YG eshop)'에서 살펴볼 수 있는 상품들이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이 사이트는 화면 상단에 자체 여름 세일을 크게 홍보하고 있기도 했다.

홍보와 판매에는 충실했지만 그뿐이었다. 제품의 반품 및 환불 정보는 사이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비자로서는 물건을 구입하고도 환불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던 거다. 이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명 전자상거래법에 어긋난다. 전자상거래법 13조는 통신판매업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들에 대해 청약 철회의 방법, 기간 등을 웹사이트에 표시해 두도록 했다.

전자상거래법을 어긴 '아이돌 굿즈' 판매자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제재에 나선다. 24일 공정위는 ㈜와이지플러스와 ㈜101익스피어리언스 등 8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돌굿즈'란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팬들이 구입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주로 특정 아이돌의 대표 마크가 찍혀 있거나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전자상거래법 어긴 아이돌굿즈 판매 사업자들

이날 공정위에 따르면 ㈜와이지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7곳의 사업자는 소비자의 정당한 '청약철회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었다.

(주)101익스피어리언스는 자체 사이트 '큐비'에서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의 굿즈를 판매하면서 반품/환불 규정에 '고객의 단순변심으로 인한 교환/반품/환불은 불가한 점을 숙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엠샵' 또한 교환/환불 정보에서 '제품의 하자가 아닌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반품/환불은 불가합니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 제17조 6항에 따르면 소비자는 재화의 내용이 표시돼 있는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그 재화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은 물건이 파손되지 않아도 환불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아이돌굿즈 사업자들은 환불의 이유를 '파손이나 하자 등'으로 제한해두었던 것이다.


공정위는 또 이번 조사 대상이 된 8개 사업자의 웹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8곳 모두 전자상거래법이 요구하는 상품 정보 중 일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에이치엠인터내셔날의 에프엔씨스토어는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C 그룹의 티셔츠를 판매하면서 제품명과 사이즈, 소재만을 사이트에 적어두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사업자가 제공해야 할 정보는 앞선 내용 외에도 색상, 제조사, 제조국을 포함한 등 9가지다.

(주)101익스피어리언스도 사이트 큐비에서 공식 응원봉의 일부 정보를 적어두지 않아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 응원봉에는 모델명과 지속 시간, 사이즈, 빛 색깔 등이 적혀 있지만, 같은 고시가 요구하고 있는 제조자나 제조국 등은 표시하지 않았다.

미성년자와 거래하면서 법 안 지켜

조사 대상이 된 8곳 가운데 유명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컴팩트디를 제외한 7곳은 미성년자와 거래를 하면서도, 이들과 거래할 때 의무적으로 알려야할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법 제13조 3항은 '법정대리인이 그 계약에 동의하지 아니하면 미성년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8개 아이돌 굿즈 사업자에게 앞으로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3,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최근 인기 아이돌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하거나 모델로 삼은 상품인 아이돌굿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이돌굿즈 판매 사업자 대부분이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아이돌굿즈 시장도 함께 덩치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SM이나 YG 등 우리나라의 5대 유명 기획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돌 굿즈 관련 매출액은 2014년 750억원에서 2016년 1500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어 "이번 조치로 업계 전반의 전자상거래법 준수와 소비자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이돌굿즈 #굿즈 #공정거래위원회 #아이돌 #와이지이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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