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왼쪽 세번째)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학벌에 의한 차별을 방지하고자 하는 법안은 이미 존재합니다. 고용정책기본법이 대표적인데요. 사업주가 노동자를 모집 및 채용할 때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약해 별도의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그간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에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노동 분야에서 벌어지는 학벌 차별 실태를 바로잡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입사 희망자가 겪는, 일하는 노동자가 직장 내에서 겪는 출신학교 차별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안입니다. 이 의원의 법률 제정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출신학교가 합리적 근거 없이 개인 능력을 판단하는 확고한 기준이 됐다. ▲ 능력 계발을 위한 학교 선택보다는 명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에 몰두한다. ▲ 국가 경쟁력이나 개인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막기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제9조(모집·채용에서의 출신학교등 차별금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직무와 관련 없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기준 이상의 출신학교 등을 요구하거나 학력별로 직급을 달리하여 모집하는 등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모집·채용의 기회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2. 응시서류에 출신학교 등의 기재를 요구하거나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
3. 출신학교 등에 대한 내용의 질문을 하는 등 면접과정에서 출신학교 등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
4. 특정 출신학교를 우대하거나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행위
5. 그 밖의 모집·채용 과정에서 응시자로부터 직접 또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출신학교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 행위
일반 국민 입장에서 가장 크게 다가올만한 대목은 '응시서류상 출신학교 기재 요구 금지'일 듯합니다. 쉽게 말해 '이력서에 출신학교 쓰라고 하면 안된다', 이거죠.
이 법률안에는 임금·복리후생, 배치·전보·승진 등의 영역에서도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이 이뤄져선 안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습니다.
나경원부터 이상민까지... 여야가 공감대 이룬 '출신학교 차별금지'
앞서 설명드린 고용정책기본법보다 더 명확하게 출신학교 차별을 막기 위한 시도는 20대 국회에서도 있어왔습니다.
이런 시도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개정안 발의로 터져 나왔습니다. 2016년 7월 박정 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을)이 "채용절차법에 학력 기재 요구 금지 조항을 신설하자"라면서 개정안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1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2017년 6월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 2018년 3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갑), 같은해 5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이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들 개정안을 요약하면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출신학교 등을 채용서류에 작성케 하거나 면접시험 등에서 질문해선 안 된다'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표준이력서 사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만들어 배포하는 표준이력서에는 학력이나 출신학교를 기재하는 공간 자체가 없는데요. 현재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