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병조 "명심보감, 환경과 생명 사상을 배워"

10일 창원대 강연...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은 선각자"

등록 2019.08.10 19:09수정 2019.08.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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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병조 조선대학교 특임교수는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 환경과 생명 사상을 배우게 된다"며 "오래 전 글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 봐도 딱 맞는 말로, 많은 사상과 지혜가 담겨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10일 오후 창원대에서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등 단체의 주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명심보감>의 내력부터 이야기 했다. 그는 "명심보감은 1393년 중국에서 '범립본'이 썼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1454년 청주에서 '청주판 명심보감'으로 출판된 게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청주목사 황보공, 청주목판관 구인문, 도사 김효급, 청주유학교수관 유득화 등 5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며 "이 인물들은 모두 '계유정난'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때는 민감한 시기였다. 땅에 떨어진 도덕을 세우고자 해서 만든 책이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왕이 된 세조가 좋아 했을 리 없다. 오늘날로 치면 '이념서적'인 셈이고, 늦게 빛을 보았던 책"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기보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책'이다. 청정한 마음이 없이는 깨달을 수 없다"며 "환경운동은 세상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고, 명심보감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요즘 손주를 보고 나서 손주들의 앞날은 어떤 일이 있을지를 걱정하게 된다. 손주들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저는 손주를 얻고서야 환경의 중요성을 알았는데,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먼저 알았으니 선각자다"고 했다.
  
 김병조 조선대학교 특임교수는 8월 10일 오후 창원대학교에서 <명심보감>에 대해 강연했다.
김병조 조선대학교 특임교수는 8월 10일 오후 창원대학교에서 <명심보감>에 대해 강연했다.윤성효
 
"복은 깨끗하고 검소한 데서 생긴다"


김병조 교수는 <명심보감-정기편>에 나오는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복생어청검(福生於淸儉, 복은 깨끗하고 검소한데서 생긴다)'을 함께 읽은 뒤 그는 "세상이 어려운 것은 사치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다 부자다. 제가 어렸을 때는 집 사고 차를 샀는데, 지금은 차 사고 집은 안 산다. 끝이 없는 낭비를 하고 사치하기에 환경에 피해가 온다"며 "오래 전 명심보감 내용인데 지금 이 순간에 봐도 딱 떨어지는 말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렴하고 결백한 데서 복이 온다. 분수를 지키라는 말이다. 검소한 것은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이다. 3/4, 5/4 이런 게 분수다. 3/4은 진분수이고 5/4는 과분수다"며 "넷을 가졌는데 다섯을 쓰면 가짜다. 자기 능력은 넷인데 다섯이라 생각하면 가짜다"고 했다.

이어 "훌륭한 사람은 넷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셋만 쓴다. 자가용을 살 수 있어도 전철을 타고, 벤츠를 탈 수 있는데도 티코를 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한 그는 "처음에 개그맨 시작할 때 제 역할이 '지나가는 행인'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탤런트 임현식·전원주 이야기를 했다.

그는 "임현식 어머니 칠순잔치 때 사회를 봤는데, 알고 보니 집안이 좋더라. 임현식은 드라마 역할에서 왕을 시켜줘도 안한다고 했다. 전원주는 숙명여대를 나왔는데 그 나이에 대학을 나왔으니 얼마나 잘 나갔겠느냐. 두 사람의 역할이 머슴과 식모라는 마음으로 살기에 지금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덕생어비퇴(德生於卑退, 덕은 몸을 낮추고 겸손한데서 생긴다)'에 대해, 김 교수는 "재주도 있고 덕을 함께 갖춘 사람이 성인이다. 성인은 재주가 있는 데도 낮추는 것이다. 재주가 없어도 덕이 넘치는 사람이 군자다. 덕은 겸손에서 온다. 나는 늘 아무 것도 아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맹사성(孟思誠) 이야기를 했다.

"원래 맹사성은 아주 교만한 사람이었다. 19살에 장원급제를 했고, 20살에 파주군수가 되었다. 그랬으니 얼마나 교만했겠느냐. 이방이 주위에 훌륭한 스님이 있으니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자고 해서 갔다. 가서는 맹사성이 '이방이 가자고 해서 왔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훌륭한 군수가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된다'고 했다. 웃으면서 가려고 했는데, 스님이 이왕 왔으니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 했다. 방에 들어가서 차를 따르는데, 스님이 찻물을 멈추지 않고 계속 부었다. 잔에 차가 넘쳤다.

이때 맹사성이 '스님 찻잔이 넘쳐 방을 더럽히겠다'고 했다. 그러자 스님이 '찻잔이 넘치는 것은 알면서 자신의 지식만 믿고 교만한 것은 모르느냐'고 했다. 한 대 맞은 느낌이었던 맹사성이 일어나서 문을 나가려고 하자 이마에 찍힌 것이다. 그것을 본 스님은 '이마가 부딪치지 않으려면 몸을 낮추어야 한다'고 했다."
 

'도생어안정(道生於安靜, 도는 편안하고 고요한데서 생긴다)'에 대해, 김병조 교수는 "도는 마음이 편안한 데서 생긴다. 도는 길이다. 올바른 길이다.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차도와 인도가 있는데, 차도로 사람이 뛰어 들면 죽는다"고 했다.

그는 "'군자대로행'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넓은 길'을 생각하는데 아니다. '대로'는 '정도'라는 뜻이다.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는 게 정도다. 빨리 가는 게 아니고 쉬엄쉬엄 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는 것이다. 몸으로 가는 게 욕심이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가는 게 '바른 길'이다"고 했다.

"죄악은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

'명생어화창(命生於和暢, 천명은 마음씨가 부드럽고 밝은 데서 생긴다)'에 대해 그는 "생명은 맑고 깨끗한 데서 온다. 생명은 맑은 물과 깨꿋한 공기에서 온다"며 "건강은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 건강하려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마음이 편안하려면 아래를 보면 된다. 행복은 위가 아니라 아래에 있다"며 "경기 시상식 때 보면,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과 비교하며 얼굴을 찌푸리고, 동메달을 딴 선수는 자칫하면 못 받을 줄 알았기에 기쁘게 생각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 수명도 오래 간다"고 덧붙였다.

'우생어다욕(憂生於多慾, 근심은 많은 욕심에서 생긴다)에 대해, 그는 "근심이 많은 것은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욕심은 끝이 없다. 1억도 큰 돈인데도 10억 모으고 싶어 하고, 10억을 모으면 100억을 모으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감옥 간다. 아래를 봐야 동전을 줍는다"고 했다.
  
 김병조 조선대학교 특임교수는 8월 10일 오후 창원대학교에서 <명심보감>에 대해 강연했다.
김병조 조선대학교 특임교수는 8월 10일 오후 창원대학교에서 <명심보감>에 대해 강연했다.윤성효
 
김병조 교수는 '화생어다탐(禍生於多貪'에 대해 "재앙은 탐욕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고, '과생어경만(過生於輕慢)'에 대해 "실수는 경솔하고 교만한 데서 생긴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돈, 권력, 명예는 아무 것도 아니다는 생각 말이다. 저는 인기가 좋았다가 하루 아침에 떨어졌다"며 "아래 쪽과 비교하면 행복하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방송에 나오는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저는 어릴 때 선산을 사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선산을 샀다. 연예인 중에 선산 산 사람은 저 말고 없을 것이다. 그리고 논 24마지기를 사서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 동네에서 항상 질투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논 23마지기를 갖고 있었고, 그것보다 한 마지기 더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52일간 구치소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추운데도 밤에 잠을 마루에서 주무셨다. 그 때 어머니께 여쭤보니 '할머니가 차디찬 감옥에 계신데 자식이 어떻게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겠느냐'고 하셨다"고 했다.

'죄생어불인(罪生於不仁)'에 대해, 김 교수는 "죄악은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는 말이다. '애인'은 원수라도 상대를 사랑하라는 말이다. 죄악은 사랑하는 하는 마음이 없기에 온다"고 했다.

'개안막타비(戒眼莫看他非, 눈이 다른 사람의 그릇됨을 보지 않도록 경계하다)' 등 여러 구절을 인용한 김 교수는 "봄비가 내리면 농부는 호롱불에 기름처럼 소중하나 여기나 지나가던 사람한테는 질퍽거린다고 싫어한다. 가을 달빛은 그렇게 아름답고 좋은 데 도둑은 사업 방해라며 싫어한다"며 "늘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국보 180호)를 설명한 그는 "좋은 친구는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것이고, 어려울 때 곁을 지켜주는 친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쓸모없는 말을 하지 말라", "자기와 관계 되지 않은 말은 하지 마라", "왜 눈은 둘이고 귀도 둘인데 입은 하나냐. 그것은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말은 줄이라는 것이다", "손해 보는 게 행복이다.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불행이고 내가 손해를 보면 행복이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나에게도 잃음이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절약하지 않기에 집안이 망하는 것이다. 긴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가다가 멈추는 것이다", "군자는 멈추는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일단 멈춤이 필요하다. 인생사에서도 일단 멈춤이 필요하다. 교양과 지혜는 한 마디로 멈춤이다"고 했다.

김병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조심(操心)'을 강조했다.

"1988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 때 제가 방송 때문에 바쁠 때였다. 병상에 누워 계실 때 저한테 당신의 온 힘으로 하신 말씀이 '조심해라'였다. 저는 그 말씀이 유언으로 생각한다. '조심'을 움켜잡고 있다. 얼마 전 조카가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씀이 있으면 써 달라고 하길래 '조심'이라는 글자를 써 주었다. 모두 얇은 얼음을 딛는 마음으로 늘 조심하면서 살기를 빈다."
#명심보감 #김병조 #환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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