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힘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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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기를 즐겼던 아내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요즈음 전혀 책을 읽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조금만 봐도 고통이 심해서 책을 덮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병이 독서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갔다 온 다음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늘 나름대로 흔적을 남기기를 좋아했던 아내인데, 올여름에는 거의 그 일들을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은 가끔 했지만 컴퓨터 작업은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독서는 전혀 할 수 없어서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봤습니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에 내가 아내처럼 몸의 고통으로 책을 못 읽게 됐다면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겁니다.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아내에게 처음 그러한 생각을 전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전에 그 책 봤지? 외국 소설 <더 리더>. 거기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잖아. 내가 그렇게 당신한테 책을 읽어주려고 해. 이른바 '책 읽어주는 남편'. 괜찮지?"
아내 곁에서 처음으로 <백치 아다다>를 읽어줄 때, 대사가 나오면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해 최대한 현실감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우습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나는 그런 반응에 신바람이 나서 더 힘차게 읽어나갔습니다. 아내에게 책을 낭독해주느라고 직접 소리를 내어 한 번 더 읽은 덕분에, 그 다음날 수업은 훨씬 잘 진행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제가 직접 읽어주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오디오북도 있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여러 책들을 낭독해주는 영상들이 많습니다. 나 자신도 가끔 눈을 감고 그것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없을 때의 일입니다. 낭독을 좋아하는 내가 직접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힘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눈으로만 보던 책을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내 목청까지 건강해질 것입니다. 낭독이 다 끝난 다음에 아내랑 주고받는 짤막한 느낌은 그 책을 가슴 깊숙이 심어줄 것입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아내가 다 나아서 예전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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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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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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