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사이트에 나와 있는 55사이즈와 66사이즈의 상세 표.
인터넷 사이트 캡처
55사이즈와 66사이즈의 정체
한국인의 인체 치수를 조사하는 '사이즈코리아(Size Korea)'의 자료를 찾아보니 55, 66 등의 숫자는 지난 1981년에 만들어진 의류 치수의 이름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20대 성인 여성 평균 키는 155cm, 가슴둘레는 85cm였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전신이었던 공업진흥청은 두 숫자의 끝자리인 '5'를 각각 따서 55라는 표준 사이즈를 만든 것이다.
나아가 이 표준 사이즈에 키 5cm, 가슴둘레 3cm를 더하면 66사이즈(키 160cm, 가슴둘레 88cm), 빼면 44사이즈(키 150cm, 가슴둘레 82cm)로 부르기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55나 66 같은 숫자는 더 이상 의류의 공식 표기법이 아니다. 한국인 표준 체격이 달라지면서 국가기술표준원이 1999년 이를 없앴기 때문이다. 현재 의류 사이즈의 기준이 되는 신체 규격은 여성은 키 160cm에 가슴둘레 90cm, 남성은 키 175cm에 가슴둘레 95cm다. 여성의 신체 규격이 20년 전 66사이즈보다도 커진 셈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표기법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지는 20년이나 지났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숫자가 되어 시장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하필 가슴둘레일까?
국가기술표준원은 55, 66 등의 사이즈를 없앤 대신 'KS(Korean Industrial Standards) 의류치수규격'을 마련했다. 가슴둘레나 키, 엉덩이 둘레 등 직접적인 숫자를 사용해 사이즈를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옷의 뒤편 라벨에 적혀 있는 '90, 95, 100' 등과 같은 사이즈도 여기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가슴둘레(cm)를 가리킨다. 키나 엉덩이 둘레 등 치수를 적는 업체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가슴둘레만을 표시해둔다.
그런데 왜 하필 가슴둘레일까. 신체검사에서도 몸을 측정할 때의 기본이 되는 수치는 키와 몸무게인데 말이다. 의류 특성상 폭이 중요했다고 하더라도 의문이다. 폭만 따지자면 가슴보다도 넓은, 어깨가 옷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성인 의류'에서는 가슴둘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사이즈코리아 관계자의 이야기다.
사이즈코리아쪽은 23일 통화에서 "아동의 경우에는 키가 빨리 자라는 만큼 옷이 키 기준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유아복 브랜드 대부분은 '키'로 사이즈를 표시하고 있다. 사이즈 '70'이나 '80' 등은 70cm나 80cm의 키를 가진 아동이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아동과 달리 성인의 키는 멈춰 있는 데다, 키가 맞지 않아도 옷을 입을 수 있지만 가슴둘레는 맞지 않으면 단추가 잠기지 않아 옷을 입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살집이 있는 사람일수록 가슴쪽에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하므로 가슴둘레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성인 옷은 몸이 '위'보다 '옆'으로 커질 것을 고려해 제작된다는 것이다.
상의는 'cm'인데 하의는 'inch'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