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1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전경련으로 하여금 보수우익단체들에 돈을 제공하게 한 것과 별개로 보수우익성향 단체에 경제적 특혜를 불법적인 방식으로 제공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박근혜가 임명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013년 7월경 보수단체 대표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재향경우회 회장인 구재태도 참석하는데 이 단체 대표들은 남재준 원장에게 재정적 지원을 부탁한다.
마침 국정원 간부 A씨는 구재태 재향경우회 회장의 직속 부하로 그와 친분도 깊었다. 그래서 구재태 재향경우회 회장은 국정원 A 간부에게도 재향경우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국정원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2013년 8월 말 즈음, A씨는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재정적으로 경우회를 도와줄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헌수 실장은 대기업 간부들을 만나는 업무는 자신의 일이 아니어서 어렵다고 답한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어느 날, 남재준 원장이 국정원의 정무직 간부들의 회의에서 재향경우회를 칭찬하는 발언을 한다. 재향경우회가 보수단체를 대표하여 매우 열심히 정부를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A씨는 남재준 원장에게 재향경우회를 재정적으로 도와주면 좋겠다고 건의하는데, 남재준 원장은 알았다고 대답한다.
그 후 2013년 10월 어느 날, 남재준 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헌수 기조실장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재향경우회가 집회 활동을 많이 한다. 지금 재향경우회가 빈사 상태에 있으니 지원할 수 있도록 해봐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라."
그런데 이헌수 실장은 지원방안이 마땅치 않아 즉각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 그러자 A씨가 이헌수 실장을 재촉한다. 구재태 회장이 그동안 재향경우회에 재정적 손실을 많이 입혔는데, 11월에 열리는 재향경우회 총회에서 적절한 대책이 보고되지 않으면 구 회장이 상당히 어렵게 된다고 이 실장에게 말한다. 남재준 원장 역시 지원방안 마련이 늦어진다며 이헌수 실장에게 빨리하라고 재촉한다.
결국, 이헌수 실장은 현대차그룹을 출입하며 국내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 직원 B씨의 주선으로 현대차그룹 김용환 부회장을 만나기로 한다. 10월 어느 날, 두 사람이 강남구의 모처에서 처음으로 만나는데, 이헌수 기조실장이 김용환 부회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재향경우회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보수단체가 좌파단체보다 약해서 좌파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향경우회를 지원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이 국가를 위해서 좀 도와달라."
국정원의 요구를 거절하였다가 불이익을 받을 게 걱정된 김용환 부회장은 회사에 돌아온 뒤 현대차그룹 여수동 기획조정2실장에게 "재향경우회에서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하니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여수동 기획조정2실장이 서울 중구에 있는 재향경우회를 직접 방문한다. 이때 재향경우회 측은 여 실장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우리가 세운 회사인 경안흥업을 통해 고철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재향경우회 측의 기대사항을 파악한 여 실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김범수 구매본부장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한다. 김범수 구매본부장은 2013년 11월에 재향경우회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현대자동차 유럽공장에서 배출되는 고철을 수거해 해상과 육상에서 운송하는 주식회사 B가 경안흥업에 물류관리업무를 재위탁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현대제철이 경안흥업에 고철 1톤당 미화 10달러의 수수료를 물류관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침내 2014년 1월 28일, 주식회사 B는 경안흥업과 물류관리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그 결과 재향경우회가 세운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현대제철로부터 현대차 유럽공장에서 배출된 고철 23만 3877톤을 국내로 수송해오는 과정에서 우리 돈으로 25억 6497만 9226원을 받아 그에 따른 수입을 거두었다.
이헌수 실장은 2월에 김용환 부회장을 만나 고맙다고 말하고 남재준 원장에게 현대차그룹이 재향경우회를 지원하게 되었다고 보고한다.
보수우익단체 불법 자금 제공 재판 결과
먼저 살펴본 청와대의 전경련을 통한 보수우익단체 자금제공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이들은 모두 8명이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3명의 정무수석(박준우, 조윤선, 현기환), 3명의 국민소통비서관(신동철, 정관주, 오도성), 정무수석실 행정관(허현준)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형법의 직권남용죄와 강요죄였다.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으로 하여금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강요한 것으로 1심과 2심 재판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다.
그 결과 김기춘은 징역 1년 6월, 박준우와 조윤선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현기환은 징역 2년, 신동철과 정관주, 오도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허현준은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중에서 박준우와 오도성은 위증죄, 현기환은 청와대 여론조사비용 국정원 대납에 따른 국고손실과 공직선거법 위반죄, 허현준은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죄 등도 재판을 받았고 이 죄들과 합쳐서 선고형량이 정해졌다.
이들 8명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1114, 2018고합116(병합), 391(병합) 사건이며,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2856 사건이다. 2019년 8월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다음으로 현대차그룹을 압박하여 재향경우회를 불법적으로 지원한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헌수 기조실장이다. 두 사람 모두 강요죄에 유죄가 선고된다. 남재준에게 선고된 형량은 다른 범죄와 합쳐서 징역 2년(2심)이었고, 이헌수 역시 다른 범죄와 합쳐서 징역 2년 6월(2심)이었다.
남재준과 이헌수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의 1심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1233, 2018고합118(병합) 사건이고, 2심은 서울고법 218노1729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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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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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제대로 지원 안 해 정무수석이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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