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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휴대폰을 꺼내 찰칵찰칵 계속 나를, 아니 새 차를 찍었다. 사진첩을 보니 딸 사진보다 차 사진이 훨씬 많다. 드라이브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는 베란다 아래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내 차를 내려다보며 '저 차가 네 차냐'며 좋아하셨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차 앞 유리에 불법 주차 딱지가 붙어있었다. 아, 나는 따로 나와 살고 있지. 이제 부모님 집은 '내 집'이 아니었는데도, 아파트 입구에서 방문증 발급받는 걸 깜빡했다. 지금이라도 관리사무소에 가서 방문증을 받아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엄마 아빠가 허겁지겁 집으로 다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얼마 후에 두 분이 서둘러 내려왔다. 한 손에는 뜨거운 물이 담긴 세숫대야를,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 뒤집개를 들고서. 엄마 아빠는 물을 뿌리고 스티커를 긁어냈다. 행여나 자국이라도 남을까 조심조심하며 순식간에 앞 유리에 붙은 스티커를 말끔하게 제거했다. 마치 처음부터 안 붙어 있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떼어내고 나서야 부모님은 안심하셨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했다. 내가 새 차를 모는 일은 곧 엄마 아빠가 새 차를 타는 일이었다. 아빠는 살아오면서 딸이 무언가를 새로 장만하고 이루는 모습을 보며 마치 자기가 이룩한 것처럼 기뻐하셨고, 엄마도 그런 나를 기특해하셨다.
자신들이 해주지 못한 것을 자식이 스스로 해내는 일은 부모에게도 큰 동기와 성취가 된다. 부모님은 내가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도, 취업했을 때도, 아나운서가 됐을 때도,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나를 와락 껴안고 기뻐하셨다. 엄마 아빠가 기뻐하셔서 나도 기쁘다. 뿌듯하고 행복하다.
주말이 오면 부모님을 모시고 저 멀리 드라이브를 다녀와야겠다. 사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다 해도 크게 좋아하실 부모님이다. 이제 엄마 아빠는 어딘가를 갈 때 걸어서가 아닌 딸내미 차를 타고 가고 싶어 하신다. 택시비 몇천 원도 아까워 하시는데, 몇만 원 하는 기름을 넣어 주겠다며 나가자고 하신다. 차가 아니라, 차를 운전하는 딸을 좋아하시는 거다. 차를 타고 딸과 함께 어디라도 가는 것을 행복해하시는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기쁘게 시동을 건다. 부모님께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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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딱지에... 아빠는 뒤집개를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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