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및 추가적인 행정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검정 삼거리를 돌아서 자하문 고개를 넘어 청운효자주민센터를 지나면 눈 앞에 광화문광장이 펼쳐진다. 기자는 2017년부터 이 길을 따라 매일 일터로 출퇴근한다.
이 광화문광장을 뜯어고친다는 얘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였던 2017년 4월 19일 서울시청을 찾은 후부터 나왔다. 그날 박원순 서울시장 손을 잡고 광화문광장으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광화문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역사문화거리로 조성하자는 논의가 참여정부 때부터 있었다. 이후 실제 광화문 광장이 만들어질 때와의 개념과 전혀 다르게 이렇게 도로 중앙에 거대한 중앙분리대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아쉽다. 광화문 광장의 월대라든지 의정부터를 제대로 복원하고, 그 다음에 육조 거리도 부분적으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화문광장이 광장민주주의 상징처럼 됐기 때문에 그 기능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조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광화문광장이 어떤 식으로든 바뀌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 기간의 교통 체증 걱정은 그 다음 문제였다.
정부와 서울시, '원팀' 아니었어?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지금은 문 대통령 얘기만 믿고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한 서울시청만 이 얘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도, 국무총리실도, 여당(더불어민주당)도 언제 첫 삽을 뜨고 마무리할지 입을 다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에 "시민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는 과정을 거친 뒤 광장 재구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광화문 삼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정부서울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가 버티면 공사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까지만 해도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세상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서 매사에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팀'이 됐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청와대의 관심이 뚝 떨어졌다. 2018년 1월 4일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보류' 발표가 전환점이 됐다.
문 대통령은 관저에 칩거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퇴근길 재래시장에서 시민들과 소주 한 잔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막상 하려고 하니 관저에서 청사로의 출퇴근 등 경호의 불편이 장애물로 부상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기로 한 상황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임기 중 반드시 해야 할 사업' 리스트에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광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행안부와 서울시의 갈등을 중재할 만한 청와대 비서관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한꺼번에 청와대를 떠났다. 요즘은 "총선 앞두고 서울 한복판에 공사판 만들면 표가 나오겠냐?"는 얘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