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
남소연
나는 적어도 조국 교수(9일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냥 교수라고 명명하도록 하겠다)가 자신의 기득권을 아무런 불편함 없이 맘껏 누린 부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지금까지 했던 말과 아주 다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실망했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조국 교수 관련 SNS 글을 보다 보면 - 별로 들을 가치도 없는 - 조국 교수를 극도로 난도질하는 의견과, 그 반대로 조국 교수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하는 의견만 있는 것 같아 솔직히 마음이 불편하다. 어느 한쪽 의견의 글에 거친 반대 의견이 올라오면 한두 번 공방이 이뤄지다가 '여기서 나가라'라는 글이 올라온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 땅의 흙수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던 한 국회의원의 의견에도 동감한다. 그런 내 생각이 현실감각이 결여된 것으로 취급 당하는 걸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 국회의원이 검사출신이라는 이유로 그의 저의 또한 의심받고 있지만, 그의 말이 조국 지지자로부터 1000여개가 넘는 항의 문자를 받을 만큼 비난받을 행위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조국 교수를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매달고 싶어하는 보수기득권 세력의 광기에 가까운 행동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조국 교수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학생회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학생회가 정작 부정한 방법으로 KT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으로 판단되는 국회의원 자녀의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의 저의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박사학위도 없는 그가 교수가 되었느니 등등의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을 마구잡이로 주먹 휘두르듯 일단 내지르는 행태를 보면서 황우석 사태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맹목적으로 달려들던 보수기득권 세력들이야 누가 후보이던 상관없이 격렬히 달려들 사람들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촛불을 들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조국 교수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장관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며 그가 얻었던 정당성과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국 교수가 자신이 비판했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강조했던, 잘못된 것이 무엇이고,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주장이, 10억 원을 얻게 된다면 감옥이라도 기꺼이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조국 교수를 지지하는 그룹에서 많이 나오는 의견은 개인사와 그의 개혁 역량은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와 가족을 둘러싼 문제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가정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함께 무엇보다 시대적 사명의 완수를 위해 그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는 능력 있는 장관을 선택하는 것이지 성인 추대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동의하기 힘든 점은,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그런 잣대로 장관 후보를 뽑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국 장관이 보인 것과 똑같은 행적을 보인 보수기득권 장관 후보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뭐라고 할 것인가?
조국에 대한 분노는 기득권 집단에 대한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