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과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종선 감독을 성폭행, 공갈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시연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 '성폭행 피해' 학부모들이 23일 정 감독을 검찰에 직접 고소했다. 정 감독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학부모 등을 상대로 피해자 색출에 나서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과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감독을 성폭행, 공갈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정 감독이 피해자 색출, 허위 확인서 요구 등 증거인멸 시도"
축구국가대표 출신인 정종선 감독은 지난 2001년부터 강남 A고 축구부 감독으로 있으면서 선수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강제추행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9월 4일 정 감독과 박아무개 총괄총무를 강제추행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총괄총무만 구속되고 정 감독은 (검찰의) 범죄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고교축구연맹회장 정종선 감독 피해자 변호인단(아래 변호인단)'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이날 "범죄 핵심 당사자인 정 감독이 구속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색출하고 있으며, 피해자로 추정되는 학부모에게 허위 확인서를 요구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은 정 감독이 합당한 형사처벌을 받도록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거나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사실을 추가해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피해 학부모 7~8명의 위임을 받아 고소했고, 이 가운데 강제추행·성폭행 피해자도 2명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A의 경우 노래방, 술집 등에서 정 감독이 강제추행했고, 기숙사 방에서 성폭행하려다 도망쳐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피해자 B 역시 정 감독이 기숙사 방에서 자신을 강제 추행했고, 아들 문제로 자신을 불러내 자동차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고소했다.
성폭행 피해 학부모 2명 직접 고소 "피해자 더 많아"
김진형 변호사는 "이 가운데 영장청구 피해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도 있고, 피해사실은 적시됐지만 고소인 진술이 안 된 부분도 있다"먼서 "이 같은 행위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져 다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정 감독이 현재까지 축구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피해사실을 수사기관 신고하거나 제보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변호인단에서 파악한 성폭행 피해자만 4~5명 정도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이날 정 감독이 축구감독의 지위를 이용해 학부모들을 협박해 돈을 받고 각종 갑질 행위를 했다며 공갈죄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정 감독은 축구부 학부모들에게 입학 때 내는 공식적인 운영회비 130만 원을 학교회계가 아닌 총괄총무 개인 계좌로 입금하게 하고, 특별레슨비, 학년회비, 김장비, 간식비 등 각종 명복으로 1년에 1인당 3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학 입학시 입학사례비 명목으로 2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받은 혐의도 있다. 변호인단을 이를 협박에 의한 갈취 행위로 보고 있다.
김용민 변호사는 "고교 축구 선수는 객관적 평가요소가 없어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져 있고,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평가요소인 대회 출전 결정 권한을 십분 활용했다"면서 "일부 학부모에게 자신의 말을 안 들으면 아들을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했고 실제 출전 안 시키고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 학생 선수의 경우 어머니가 약정한 월 회비 이외에 다른 금원을 입금하지 않아 각종 대회에서 뛰지 못했고, 결국 경기시간 부족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정 감독은 학부모들을 개인별장 환경미화, 부모 묘소 벌초에 동원하는 등 각종 갑질 행위를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 감독 쪽은 앞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학부모 강제추행과 성폭행은 물론, 금품 갈취, 횡령 등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고소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빙산에 일각일 뿐"이라며, "수사기관은 정 감독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정종선 개인 문제가 아닌 체육계의 뿌리 깊은 악습을 모두 파헤쳐 더는 이런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진술이 알려지면 아들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정 감독이 2차 피해를 가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구속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당국에도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운동부 운영과 체육계 입시문제를 재검토해, 특정 감독이나 개인에게 부당한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사법부가 증거 인멸할 시간 벌어줘", 정 감독 구속 수사 촉구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 체육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도 참여했다. 정용철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정 감독뿐 아니라 체육계 전체적인,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고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 축구부에서도 이런 일이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상처를 드러내서 치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명주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학부모는 항상 봉인데 운동선수 학부모는 더하다"면서 "체육계 전체적인 비리 이전에 개인의 잘못을 철저히 가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사법부가) 정종선 감독에게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어주며, 강요와 협박으로 학부모들에게 그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법부를 비판하고, 정 감독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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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선 감독 구속해야", '성폭행 피해' 학부모들 직접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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