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 통계청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038% 하락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공식 상승률은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기 때문에 0.0%로 기록된 바 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9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1%를 밑돈 것은 지난 2015년 2∼11월까지 10개월 연속 0% 대 상승률을 보인 이후 최장 기록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분야가 1년 전보다 8.2% 하락해 전체 물가를 0.7%p 낮췄다. 0.2% 하락한 공업제품의 경우 석유류가 5.6% 내려가 전체 물가를 0.26%p 끌어내렸다. 다만 서비스 물가는 0.5% 상승해 전체 물가를 0.29%p 끌어올렸는데 개인서비스가 1.5% 상승했고 공공서비스는 1.2% 내렸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농수산물 가격의 하락과 낮은 유가 등 공급 측면의 요인과 유류세 인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물가, 작년 물가 높았던 기저효과 때문"
▲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지난해 농산물 가격은 유례없는 폭염과 늦여름까지 지속됐던 폭우로 8월 9.3%, 9월 14.9%로 급등한 반면, 올해는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황호조로 8월에 -11.4%, 9월에는 -13.8%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배럴당 국제유가도 작년에는 8월 73달러, 9월 77달러로 상승했으나 올해 8~9월에는 60달러 수준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또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하반기 시행된 무상교육(고3) 등 복지정책 확대로 가계의 부담을 감소시켜 올해 9월 물가상승률을 0.26%p 하락시켰다"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9월 물가상승률은 1%대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물가 하락세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나타난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과 1990년대 일본의 경우 물가 하락이 3~7년 장기간 지속됐는데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작년 같은 기간 물가가 높게 상승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공급 측 충격으로 인해 앞으로 2~3개월 동안은 물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연말부터는 0% 중후반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발전, 아마존 효과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유가 급락에 따른 공급 측 충격으로 단기간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도 90년대 이후 주요국 41개국에서 356회 발생하고 있다"라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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