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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상자를 두고 가버린 가이드, 이게 대체 무슨 일

    [저질체력 미대언니의 쿰부 히말라야 기부트레킹 ⑨] 5400m→4600m까지 내리막 구간

    등록 2019.10.22 08:44수정 2019.10.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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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7년 연재를 시작한 '저질체력 미대언니의 쿰부 히말라야 기부트레킹'의 후속 글로 다시 이어 씁니다. - 기자말

    촐라에서 고쿄로 가는 중간 마을 당낙까지는 꽤 긴 내리막이 펼쳐져 있다. 5400m→4600m까지 내리막 구간이니 내리막의 향연이다. 조금 전 쓰리 스텝을 밟아가며 덜덜거리던 다리는 진정이 되다 못해 모터를 달았다.


    이번에는 진짜로 신이 났다. 균형을 잡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쌀 포대라도 있으면 깔고 슝슝 내려오고 싶었지만 엉덩짝을 썰매 삼아 산기슭을 갈아주며 내려왔다. 몽고반점쯤이야 훈장이지. 신나게 내려와서는 다시 나타난 짧은 오르막길에 올랐다. 돌아보니 멀리서 짓과 형석이가 보인다.
    ​
    "짓! 형석아! 얼른 와!!!!!!!"
    ​
    신이 나서 손을 막 흔들며 악악 소리를 쳐댔다. 로부체에서는 힘들더니 나는 고산 체질인가봉. 혼자 큭큭대며 또 괴물 개미가 되어 우가 우가 언덕을 올랐다.
    ​
    '형석이는 어디쯤 왔지?'
    ​
    뒤를 돌아보니 형석이와 짓이 멀리서 내리막을 급하게 내려오는 게 보였다. 저렇게 급하게 올 필요 없는데... 기다려줘야겠다. 하며 한숨 돌리고 있는데 형석이가 뒤뚱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 
        가운데 아래쪽을 보면 아주 작은 빨간점이 형석이(넘어지고있다)
    ▲ 가운데 아래쪽을 보면 아주 작은 빨간점이 형석이(넘어지고있다) 한유사랑
     
    ​"하하하하하 천천히 오라니깐!"
    ​
    손을 흔들며 깔깔거리는데 형석이가 다시 일어났다가 또 뒤뚱하고 또 뒤뚱하다가 넘어졌다. 읭? 웃을 일이 아닌 거 같은데? 몇 번이나 형석이는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했다.
    ​ 
        심각한 짓과 형석
    ▲ 심각한 짓과 형석 한유사랑
     
    ​단순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멈춰 섰다. 짓이 먼저 도착해 상황을 알려줬다.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친 것 같은데 걷기 매우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며 걱정스럽게 말하는 짓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형석이의 낯빛이 흐리다.
    ​
    "누나 괜찮아요. 걸을 수 있어요."
    ​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내게 형석이가 씩씩하게 말했다. 워낙 씩씩한 친구니까 걸을 수 있을까 싶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형석이는 또 넘어졌다. 형석이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 곳은 평지였다.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
    "헬기나 말을 불러야 할 거 같아."
    ​
    짓이 말했다. 하지만 형석이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
    "누나가 뒤에서 갈게."
    "아니에요 누나. 제가 보일 수 있게만 좀 천천히 가주세요. 제가 따라갈게요. 할 수 있어요."

    ​
    형석이를 뒤로 하고 천천히 걸었다. 앞장 서는 짓에게 천천히 가야 할 거 같다 말했다. 짓은 어깨를 으쓱이며 걸어갔다. 형석이를 돌아보며 속도를 맞추는데 짓이 저만치에 앞섰다.

    저 아저씨 왜 이렇게 빨리 가지 싶어 짓을 불렀다. 짓은 들리지 않는 듯 더 속력을 냈다. 3개의 언덕을 남겨두고 짓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어떻게 가라는 건가. 아무리 GPS가 있다지만 어느 동네인지 어느 롯지인지 모르는데 부상자를 두고 먼저 가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았다.
    ​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
    나는 목소리가 크다. 평소 때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상황이다 싶으면 목소리가 무한정 커진다. 단전에 힘을 빡! 주고 복식으로 소리를 질렀다.
    ​
    "누나 화내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
    형석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얼굴색과 표정은 아니었다. 짓은 우리 가이드가 아닌가. 나는 당낙이 떠나가도록 꽥꽥 소리를 지르며 짓을 불렀다. 하지만 짓은 보이지 않았다. 분이 올라와 한참을 더 소리 지르며 형석이와 걸었다. GPS를 보고 겨우 찾아간 마을 어귀에서 눕다시피 앉아 기다리고 있는 짓을 보니 너무 서운했다.
    ​
    형석이와 나는 여태껏 모든 것을 짓과 함께 나눴다. 음식도 간식도 물도 쉼도 늘 짓과 함께했다. 선물도 하고 서로 친구처럼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
    "짓 먼저 가면 어떡해. 형석이 다쳤잖아!"
    ​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아픈 사람을 이렇게 두고 가진 않겠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넘어가려고 하는 짓을 보니 더 분이 났다.
    ​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 우리 가이드라면 우리를 두고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형석이가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왜 혼자 간 거야?"
    ​
    짓은 어깨만 으쓱거렸다. 아오 진짜. 가이드 중 트러블이 일어나면 여행자들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서운하고 실망스러웠다. 일단 도착은 했으니 쉬어보자는 형석이의 말을 듣고 숙소로 들어갔다. 저녁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타서울 #이타 #히말라야 #기부트래킹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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