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실효성 없는 교원능력개발 평가 반대"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교원평가 10년, 비인간적인 경쟁만 초래"

등록 2019.11.06 15:33수정 2019.11.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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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 평가. 실효성 없는 교원능력개발 평가를 학부모는 반대한다"고 했다. ⓒ 윤성효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 평가. 실효성 없는 교원능력개발 평가를 학부모는 반대한다. 낡은 경쟁의 논리로 협력의 교육공동체를 파괴시키는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하라."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상임공동대표 전진숙)는 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원능력개발평가(아래 교원평가) 폐지를 촉구했다.

교원평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2004년 2월 시범 실시되었다가 이후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교원평가는 관리자, 학생, 학부모, 동료 등 평가로 진행되고, 교육부는 해마다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교원평가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 2018년의 경우 전국 학부모 26% 정도 참여했고, 경남은 13.5%에 거치고 있다. 교원평가는 여러 가지 파행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교원평가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학생들을 학교 컴퓨터실에 모아 놓고 한꺼번에 하도록 하기도 한다. 또 학부모들은 아이들한테 대충 물어보고 교사들을 평가하기도 한다.

송영기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공동대표는 "학부모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대신 평가하기도 한다"며 "2018년 교원평가에 응한 경남지역 학부모는 13.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원평가를 위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경수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마산지부장은 "교원평가 초창기에는 일부 학교에서 저항의 의미로 성과급을 반납하기도 했다"며 "요즘은 교사들이 개별로 성과급을 받아 다시 학교에서 총액으로 나눠 재분배하기도 한다"고 했다.


전진숙 대표는 "21세기,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요즘은 소통과 협력의 시대다"며 "교원평가는 10여년 넘게 진행되면서 유명무실함에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여러 문제점을 많이 갖고 있다. 행정력 낭비다"고 했다.

그는 "강압적이고, 형식만 남은 평가제도는 없어져야 한다"며 "아이들한테도 경쟁 논리는 맞지 않다. 새로운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교사들에게 줄을 세우는, 교사들을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제도가 아니다"고 했다.

전진숙 대표는 "교원평가가 처음 시작될 때는 순기능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학부모들이 동의한 측면이 있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기대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며 "그런데도 교원평가제도가 유지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안과 관련해 전진숙 대표는 "학부모들은 좋은 교사한테서 아이들이 교육 받기를 원한다"며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교원평가를 없애고 나면 다른 방안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들은 경쟁이 좋지 않아 협력해야 한다고 하면서 교사들은 왜 줄을 세우느냐"고 했다.

박남희(사천) 학부모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담임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듣게 된다. 언어폭력을 하는 교사가 있다고 하면, 아이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본다"며 "그러나 나서 학부모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학교에 제안한다. 학교와 대화하고 소통, 협의를 해서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있어"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회견문을 통해 "교원평가는 시행 10년이 지나도록 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비인간적인 경쟁을 초래하여,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사와 학교교육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평가의 취지는 사라지고 학부모들의 참여율에만 목메고 있다. 지금도 교원평가 때문에 벌어지는 온갖 파행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교원평가는 몇 개의 문항으로 교사들을 서열화하고, 교원을 통제하고, 길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집단적이고 반강제적으로 동원되어 왔다"고 했다.

"교원평가는 명백히 반교육적"이라고 한 학부모들은 "교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학부모 입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담임교사에 대한 정보도 없는데 평가 대상에는 교장, 교감, 교과담당교사까지 포함돼 있는 난감한 상황임에도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억지 참여를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선생님들의 지도능력 향상과 학교교육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당연히 학부모들이 나서서 할 일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교원평가는 교사, 교감 등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평가참여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대안과 관련해,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에 왜 참여가 낮을까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운영이나 교육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학부모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노력부터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교원의 전문성 향상은 교원평가로 교단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지금 학부모가 바라는 것은 교원평가의 폐지이다. 학부모들은 실패한 정책인 교원평가를 당당히 거부하며 당장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교원평가 #학부모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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