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유성호
2년 전인 2017년 박찬주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민적 분노와 질타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당시 필자는 박 대장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가지고 모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살펴보면, 결코 박 대장 혼자만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가 다른 장군들보다 특별히 악독하다거나 인격적인 결함이 있어서, 혹은 리더십이 현격히 부족해서 야기된 문제가 아니었다. 대부분 군 고위간부들의 가치관과 병사들에 대한 기본인식 및 대하는 태도 등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대장 개인에게는 대단히 안 된 일이지만, 이 사건은 우리 군대 내에 깊숙이 뿌리 내려져있는 사병 인권·인격 무시, 생명 경시, 상급 간부 편의 위주, 무조건적 엄격 일변도 등의 독재 시대에서나 통용되던 바람직하지 못한 군대문화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해주었다.
필자는 이를 계기로 군대문화 개혁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 잔뜩 기대했다. 군대가 군대답게 바뀌어야 나라가 나라답게 바뀔 수 있다. 군대가 바뀌려면 무엇보다 장군단의 문화를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다. 윗물이 맑아야 하는 것처럼 군대개혁의 성패는 바로 장군단 의식 개혁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고위간부 출신들이나 군사학 전공 학자 등 어느 누구도 감히(?) 우리나라 장군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양식과 리더십이 열린 시대에 걸맞지 않게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개혁을 촉구하려 들지 않았다. 과거 독재정부에서 그들의 집단이기적인 자아도취적 '나 홀로 애국'의 위력에 압도된 탓이 아닐까?
이런 상황 속에서 다행스럽게도(?) 박 장군이 언론의 뭇매를 맞아가면서 문제의 핵심을 구체적으로 적나라하게 까발리게 도와줬다. 결과적으로 군대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첫단계 작업인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답을 대신 알려준 셈이다.
온몸으로 군대개혁의 필요성 보여주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그가 억울함을 호소하겠노라 나선 기자회견은 '장군단 문화'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중대 사안임을 확인해준 사건이었다. 그가 어떤 이들로부터 무엇에 영향을 받아 그런 결단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화면 속의 그를 보면서 측은지심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 그가 회견장에 나오게 된 데는 예비역 장군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독려와 성원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정당의 정치인과 종교인까지 나서서 그를 영웅시 하며 두둔했다는 사실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문제이긴 하지만, 다수 예비역 고위간부들이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그를 지지하고 있다면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언행이 현역 군 간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한다. 고위 간부단의 정신문화 형성에 영향 미치고 있는 관련 제도 전반을 확실하게 고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첫째가 간부양성과정에서의 훈육 등 간부정신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전면 개혁,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군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새롭게 편찬·생산될 교재 내용을 기준 삼아 간부들에게 국군사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무엇이 자랑스럽고, 어떤 사고와 행위가 부끄러운 것인지 올바로 판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재 내용에 포함될 내용을 요약·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도덕적 가치관과 양심, 그리고 용기를 지니게 한다.
둘째, '민족애'를 기초로 한 역사의식을 함양하여 민족적 자부심과 명예심을 고양토록 한다.
셋째, 인간 존엄의 민주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내면화 해 생각과 말과 행동양식을 새로운 세대와 공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하게 한다.
이상의 교육개혁과 병행하여 간부의 도덕성과 인성, 그리고 업무능력 및 리더십을 객관적으로 평가·판단하여 인재를 발탁하는 진급제도 등 인사관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래서 간부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형성에 부단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대통령령이나 국방부령으로 바로 고칠 수 있어
위와 같은 군대문화 관련 제도개혁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무기체계 중심의 물리적 군사력 분야의 개혁과는 다르다. 대부분 국군 통수권자에게 위임된 사안들로, 입법과정의 복잡함 없이 대통령령이나 국방부령으로 개혁이 가능하다.
우리 군에 새로운 장군단 문화가 정착되면 인간애가 넘치는 인간존엄의 민주군대, 민족애적 자부심과 자신감에 불타는 민족의 군대, 그리고 상하일체 군민일치의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게 되어 병사들은 보무당당, 활달하게 적극적으로 복무하는 자세가 습관화되어 제대 후에도 사회조직 문화의 건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면 자식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군대, 국민들의 애정과 찬사와 신뢰를 한 몸에 받아 사기충천하여 명실공히 백전백승의 최강의 군대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세계가 경탄해마지않는 촛불 민심에 힘입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그리고 군대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성 및 방법론까지 공론화되고 있다. 군대 개혁은 다른 분야와 달리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없고 이미 해결책이 나와 있다.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큰 어려움 없이 즉각 추진할 수 있으련만, 왜 이다지도 더디 가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해가 가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있기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1
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