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Ro map
서울여성노동자회
작은 가발공장으로 시작해 수출 15위까지 오른 YH무역은 방만한 경영을 일삼다 은행에 큰 빚을 지게 되자 위장폐업을 하고 대량 해고를 단행한다. 이전부터 회사의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해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하던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은 회사의 위장폐업에 대항해 신민당 당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3일째인 1979년 8월 11일, 경찰은 신민당사에 진입해 이들을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21살 조합원 김경숙이 사망했다. 당시 신민당 총재가 된 김영삼은 신민당 당사를 찾아온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하며 경찰 병력과 맞섰고, 경찰 연행 과정에서 경숙이 사망하자 원내 철야농성을 진두지휘하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섰다.
김경숙 노동자의 사망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유신정권은 신민당 총재 김영삼을 국회의원에서 제명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들이 부산-마산 시민의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내 부마항쟁이 일어났다. 박정희가 부마항쟁 처리 과정에서 갈등을 빚다 총탄에 쓰러지면서 드디어 유신독재가 막을 내렸다. 자본과 독재정권의 폭압에 용감하게 맞선 여성노동자들의 단결된 행동이 역사의 전환점을 가져온 것이다.
언니들은 일찍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생계부양자로 일했다. 동시에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지도부를 여성으로 선출하고,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정화해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고, 자본과 국가의 탄압에 맞서 싸운 투쟁의 주체였다.
청계천을 따라 평화시장 전태일 열사 동상 앞으로 이동해 이원아 일하는 여성 아카데미 원장으로부터 당시 노동자들과 함께 야학한 경험을 전해 들었다.
"노동야학이라고 하면 '빨갱이'라 생각할까 봐 '생활 야학'이라는 말로 위장(?)해 노동자들을 모집했어요. 한자어투성인 근로기준법을 한글로 풀어 교재를 만들고 노동자들과 학습했죠."
전투경찰이 학내 상주하던 시절, 야학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함께 투쟁한 용기. 대학 졸업장이 곧 취업이던 때에 일신의 안락을 뒤로하고 공장으로 들어갔던 그 뜨거운 마음. 이것이 여성노동자운동을 이어온 것이리라.
마지막 코스인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청계언니Ro'가 마무리되었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서로 소감을 나누는 여성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동지애를 읽은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나 여성의 이야기는 쉽게 지워져 왔다. 기억하는 이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하려고 한다. 언니들이 노동자로 살며 싸우고 많이 지고 끝내 이긴 이야기. 우리가 기억하고 알리자.
언니들이 싸우고, 싸워서 우리에게 준 것에 비해 얼마나 쉬운가. 언니들의 길을 기억하고 알리는 것은.
고마워요. 언니!
[관련기사]
가발 수출 세계 1위, 20대 여성들이 만든 역사 http://omn.kr/1li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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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Ro, 여성노동자운동 발자취를 따라서' 지도 다운로드 https://bit.ly/370SB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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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잊힌 '1970년대 N번 시다'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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