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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전락한 '꿈의 인조잔디구장'

[주장] 인조잔디구장, 시설이용약자인 청소년 위한 전용시간대는 없다

등록 2019.11.25 18:45수정 2019.11.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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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월곡인조잔디구장에서 청소년들이 공놀이를 못한 채 서성거리고 있다. ⓒ 홍광의

 
"축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시설 좋은 동네 인조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주간에는 항상 조기축구회 등 특정 동호인 어른들 차지이고, 늦은 밤에는 개방하지 않아 못합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오패산 자락에 자리 잡은 1551평의 월곡인조잔디구장에서 진우민(19)씨는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축구 경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 영국 프리미어리그 EPL을 TV로 즐겨보며 2주에 한 번 정도 풋살 모임에 참여하는 축구 애호가인 진씨는 "휴일에 동네 근처에서 가볍게 축구를 하고 싶은데 시설이 좋은 인조잔디구장은 항상 유니폼을 입은 특정 동호인 회원들 차지"라며 "그러다 보니 잔디구장에서 축구 경기를 한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조깅이나 하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특정 동호인 어른들이 사전에 예약하고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다 보니 청소년들 차례가 오지 않는 것 같다"며 "축구를 하고 싶은 어린이들이 항상 잔디구장을 맴돌면서 한쪽 구석에서 공놀이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인조잔디구장 축구 골대 근처를 맴돌던 변우현(13)군은 "가끔 어른들이 축구를 하지 않는 시간에 축구를 한다"며 "그런데 오늘은 성인 축구동호회원들이 차지하고 있어 축구를 못 하겠네요. 그냥 피시방이나 가서 놀아야겠다"고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사전예약제 운영... 인조잔디구장, 일부 단체가 독점 사용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체육활성화를 위해 공공체육시설 개선사업을 하면서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종로·동대문 2개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 1개 이상의 인조잔디구장을 갖추었다.

인조잔디구장은 기후환경에 관계없이 항상 푸르게 유지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시설로, 일반 황토운동장에 비해 부상 위험이 적어 생활 체육인들에게 '꿈의 구장'으로 불린다.
 

서울특별시 25개 구 공공체육시설 인조잔디구장 총 38곳 현황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017년 기준 984개 축구장이 있다. 이 가운데 서울에 69개소가 있다. 그중 38개소가 인조잔디구장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인조잔디구장은 제외한 수치다. 이 인조잔디구장은 대부분 사전예약제와 유료제다.

서울특별시 25개 구 인조잔디구장 사용요금은 관할 지역의 조례에 따라 다르다. 사용요금은 세부적으로 ▲이용목적 ▲사용시간 ▲평일·휴일 여부 ▲주야간 여부 ▲부가시설설비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서울특별시 강남구립체육시설 사용료 등(제8조 관련) ⓒ 자치법규정보시스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공원시설 이용료(제15조제1항 관련) ⓒ 서울특별시 법무행정서비스

 
인조잔디구장 평균이용요금은(주간 2시간 체육목적 기준으로) 평일 약 5만7300원, 주말과 공휴일 약 7만1300원이다. 이와 동일기준으로 서울시 인조잔디구장 평일 최저가는 1만2천원(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축구장), 평일 최고가는 10만 원(송파구 여성축구장과 강남구 대치유수지 체육공원 축구장)이다.

 

서울특별시 25개 구 인조잔디구장 평균 사용요금 ⓒ 홍광의

   
그러나 이 인조잔디구장들은 대부분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특정 동호회들의 단체예약으로 일부 단체들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일 공공체육시설이 특정단체나 특정인에 의해 1년 이상 1주 내내 특정시간에 장기간 이용되어 일반 주민의 균등한 사용기회가 제한되는 불만민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몇몇 구장에서는 예약현황이 비공개로 운영되어 특정단체나 특정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월곡 인조잔디구장의 경우도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사용요금은 2시간 기준 평일 5만9천원, 주말과 공휴일 7만7천원이다. 야간 경기 시에는 30% 할증요금이 부과된다. 구장을 관리하는 성북구 도시관리공단에 확인한 결과, 해당 잔디구장은 올해 11월까지 특정동호인 등 단체 사용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이렇다 보니 공공시설 사용약자인 청소년들이 잔디구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월곡 인조잔디구장 이용안내 및 요금 정보 게시판 ⓒ 성북구

 
청소년이 이용하기엔 비싸도 너무 비싼 인조잔디구장

청소년들은 서울시 인조잔디구장 이용료가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박대성(18, 서울 정릉동)군은 "청소년 입장에서 동네 인조잔디구장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이용할인 혜택도 없어서 인조잔디구장은 친구들하고 축구 경기를 하기에 부담스럽네요"라고 하소연했다.

문성곤(19, 서울 K고)군도 "인조 잔디 구장 1회 이용료를 지불하고 축구 경기를 뛰느니 그 돈으로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조사한 결과 인조잔디구장(축구장) 38곳 중 어디에도 청소년 이용료 할인 혜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들은 이같이 높은 사용요금이 청소년 인조잔디구장 이용을 제약하여 야외에서 마음껏 운동할 기회를 빼앗아간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학생복 청소년 용돈 관련 설문조사 ⓒ 스마트학생복

   
실제 스마트학생복(대표 윤경석)이 지난 4월 11일에 초·중·고교생 총 287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용돈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주일에 받는 용돈의 규모를 묻는 말에 응답 인원 228명 중 약 47.8%가 '일주일에 1~3만 원'정도라고 답했고 '주 1만 원 이하(27.6%)', '주 3~5만 원(15.4%)' 등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를 볼 때 축구장 1회 사용료 약 5~7만 원은 청소년이 부담하기에 많은 금액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은 공공체육시설에 시설이용약자인 청소년을 위한 전용시간대가 없다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에는 공공체육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민원이 올라오기도 한다. 익명의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에 '공공시설물 사용에 대한 지역주민(어린이, 청소년) 배려시간 제도화'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전용 시간대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 25개 구 인조잔디구장 38곳 중 청소년 전용 시간대를 운영하는 구장은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무료 사용 가능한 구장은 4군데가 있다. 이마저도 오후 6시 이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지역 공공 인조잔디구장은 10곳 중 1곳만 청소년 무료 참여가 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은 천연잔디구장의 경우 더욱 심해 청소년들이 꿈도 꾸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에는 4곳의 천연잔디구장이 있다. 대표적인 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전용이고, 나머지 구장은 일정 시간대에만 일반인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공간이 부족하고 사용료가 인조잔디구장의 4배 이상(2시간 기준 약 27만 원) 비싸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예산 6조4758억 원 중 체육 분야에 1조 6878억 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해당 예산은 ▲ 국민체육센터 건립 지원 ▲ 스포츠강좌이용권 ▲ 스포츠클럽 육성 ▲ 국민체력인증 등의 사업에 사용된다. 

2019년 예산 운용대비 15.2% 증가한 규모로, 이는 정부가 생활체육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일선에서는 시설 이용 약자인 청소년 및 가족 단위 이용객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날이 선 지적도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공공체육시설의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6일 국민권익위는 '공공체육시설 사용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여 전국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교육부에 내년 3월까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 가운데 경기 시흥시는 2018년부터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공공체육시설개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흥시는 공공체육시설의 독점사용을 방지하고 시민 모두가 체육시설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내 10개소의 풋살장에 대해 인터넷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고, 시설이용약자인 청소년 및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전용 시간대를 운영하고 있다.

진우민(19)씨는 "다른 지자체 인조잔디구장의 경우도 특정 단체의 예약만 받을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즐기고 운동 할 수 있도록 청소년 공공체육시설 이용할인 혜택이나 전용 시간대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생활체육 #공공체육시설 #문화체육관광부 #인조잔디구장 #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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