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자료사진).
연합뉴스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는 신조어가 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이른바 '꼰대'들의 불필요한 설교를 꼬집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말을 곱씹어 들어야 할 때도 있다. 몇 년 전 어느 여성 원로 법관의 이야기가 그랬다.
수십 년 전 그가 처음 법복을 입었을 때, 법원에는 여자 화장실조차 없었다. 지금이야 출산 전후 90일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육아휴직도 많이 쓰고 있지만, 산후 한 달을 쉬는 것조차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후배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시절을 넘어, 아니 버텨내,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들의 최선이었다. 현재 여성 법관은 전체 30%가량을 차지한다. 여자 화장실이 없는 법원 청사는 상상조차 어렵다.
20대 1
그런데 대법원의 시간은 아직 수십 년 전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억측인가 싶으면서도 10일 공개된 신임 대법관 제청 절차 관련 심사동의자(예비후보자) 명단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조희대 대법관 후임이 될 대법관 예비후보는 모두 21명, 이 가운데 여성은 전현정 변호사 단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김재형 현 대법관 배우자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부부 대법관' 전례가 없다. 이변이 있다면 모를까 다음 대법관은 남성이 유력하다.
법조계 주류가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서오남)'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언젠가 한 법원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말했다. 맞다. 전현정 변호사가 속한 사법연수원 22기만해도 303명 중 여성은 11명뿐이다. 이 가운데 여성 판사로 법조경력을 시작한 사람은 단 5명이었다. 애초부터 인재풀이 좁긴 하다. 원래 대법관 후보로 추천 받은 55명 중에는 6명이 여성이었지만 전 변호사 빼고는 모두 심사에 동의하지 않은 것도 '20대 1'의 속사정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어떤 곳인가. 잘못된 것을 바로 세우고, 시대의 변화를 읽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최고법원이다. 사회가 끊임없이 여성, 비법관 출신을 늘려 대법원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해온 까닭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2017년 9월 26일 취임사에서 "대법원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투영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여성 대법관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