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벅스버니와, 실베스터, 대피 덕 - 워너 다닐때 연습한 캐릭터
박정우
사람의 길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길을 닦아주고, 이정표를 만들어주고, 동행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길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걸을 수 있다. 처음엔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캐릭터 아티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이 일을 사랑하게 되었고 나의 의지로 이 길을 걷기로 했다. 나에게 캐릭터 아티스트라는 길을 만들어 준 건 결국 나의 선배들인 셈이다. -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중에서
- 앞으로의 꿈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언뜻 다 이룬 것 같기도 한데요(웃음).
"지금 제가 디즈니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사실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죠. 디즈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지만, 언젠가 디즈니를 떠나게 되더라도 웃으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말했듯이 제가 사랑하는 건 그림 그 자체지 디즈니는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김미란이라는 제 이름을 건 작가이자 아티스트로 사는 것, 오롯이 그림으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제 남은 꿈이에요. 그걸 위해서 몇 년 전부터 저만의 세계를 담은 작업을 계속 시도하는 중이에요.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스타일적으로도 그렇고. 그런 날이 오면 언젠가 저의 공간에 들러주시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선 책이 나와서 쑥스럽고 기뻐요. 살면서 수많은 천재들에게 배우고, 함께 일해왔는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책을? 뭐 이런 생각도 들지만 이왕 쓴 책이니까 많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년 봄에 한국에 한 번 들어갈 예정인데 그때 이런저런 행사들을 계획 중이니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때까지 저는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살 테니 여러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고 기쁘게 지내길 바랍니다. 몸도 마음도 춥지 않았으면 하고요."
'디즈니 애니메이터'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밖에 못하고, '디즈니 캐릭터 아티스트'는 디즈니의 캐릭터 아트밖에 못한다. 언젠가는 나를 소개할 때 자의든 타의든 '디즈니'도, '캐릭터'도 떼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아티스트 김미란의 작품 세계도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 -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중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했다. 김미란은 천생 아티스트구나. 그는 아티스트로 태어나지 않았으나, 아티스트로 죽을 것이다. 디즈니라는 회사를 벗어나서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가 정말로 언젠가 디즈니를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긴 시간 동안 자신이 구축해 온 세계를 펼쳐 보였으면 좋겠다. 그날을 기쁘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김미란 (지은이),
시월, 2019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책'을 중심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전합니다.
공유하기
디즈니 입사한 한국인 "입시미술 안 배워 다행이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