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시장이 요구하는 크고 때깔좋은 농산물은 많은 비료사용을 요구한다
오창균
친환경 농업이 후퇴하는 이유
화학비료와 농약은 환경파괴와 각종 질병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가마다 사용량을 줄이거나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화학비료와 농약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에 무척 자유롭다. 오히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이 안전하다며 농산물우수관리 인증제도(GAP, Good Agricultural Practices)를 2006년에 도입했고, 유기농인증 표시와 똑같아 친환경농산물로 착각하게 했다.
2001년 7월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가 시행되었다.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인증제에서 2015년에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이 친환경적이라는 모순 때문이었는지 저농약 인증은 폐지되었다. 유기농 인증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은 일체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자재로 허가받은 퇴비, 유기질비료, 유기농약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무농약 인증은 화학농약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화학비료는 사용할 수 있다. 제도에서는 1/3로 사용하라고 되어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농업현장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농약의 폐해도 심각하지만, 화학비료는 환경파괴와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안전한 농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
친환경인증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유기농인증 농가는 갈수록 줄어들고 무농약인증 농가는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인증을 반납하고 무농약으로 돌아서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으며, 관행농업에서 화학농약만 사용하지 않으면 무농약인증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왜 그럴까. 힘들고 어렵게 재배한 유기농산물은 무농약농산물과 가격 차이도 없고, 소비자에게 똑같은 친환경 농산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유기농업에 대한 소신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땅심을 살리면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도 있다.
왜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할까. 원인은 유통시장에서 크고 때깔 좋은 농산물을 원하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 유통이라고 다르지 않으며, 적당히(?) 큰 것만 골라간다. 작고 흠집이 있거나 볼품이 없으면 매입을 안하거나 가격을 깎는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 결정권이 없는 농민은 항상 '을'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농산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필요 이상의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게 만든다. 다시 제도를 정비하고 농산물 유통시장의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환경파괴는 계속될 것이고, 건강과 삶의 질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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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좋은 농산물의 비결, '화학비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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