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 소극적인 일본, 비판 속출... "임산부도 거부당해"

일본 국내 유전자 증폭 검사 수 하루 100건도 못미쳐

등록 2020.02.26 17:06수정 2020.02.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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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만이라도 검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
 

일본의 의료 현장에서 절실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감기나 폐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속출하자 의료 관계자들이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상황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TBS 뉴스 프로그램 '뉴스 23'에서 오타니(大谷) 의사는 "심한 폐렴 증상의 환자가 있어서 보건소에 상담을 했는데, 다량의 검사를 할 수 없다라는 답을 받았다"며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현 상황을 토로했다.

또한 방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사를 거절당한 사례와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중에는 임산부가 발열 증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보건소에서 검사를 거부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2월 25일 열린 일본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본부' 회의 모습.
2월 25일 열린 일본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본부' 회의 모습.일본 총리 관저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일본 정부는 2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기본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상황을 "국내 각지에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환자 클러스터(집단)이 파악된 상황이 됐다"라고 발표했다.  

기본 방침은 감염 확대 방지 대책으로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의 경우는 자택에서 요양할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휴가를 받고 외출을 삼갈 것과 무분별한 병원 진료를 삼가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자가 격리'를 기본 방침으로 제시해 개인적 차원에서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PCR 검사 방침도 변경됐다. 지금까지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PCR 검사를 실시한다'라는 기존의 방침에서 '입원이 필요한 폐렴 환자의 확정 진단을 위한 PCR 검사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증 환자의 경우에 한해 PCR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의 방침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검사 기준 변경에 대해 의료거버넌스연구소의 가미 마사히로(上昌広)는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입원을 해야하는 폐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의료 윤리에 관한 문제다"라며 일본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코로나19 PCR 검사 실시 수(크루즈선과 전세기 귀국자 수는 제외)를 전하는 TBS 뉴스 갈무리.
일본의 코로나19 PCR 검사 실시 수(크루즈선과 전세기 귀국자 수는 제외)를 전하는 TBS 뉴스 갈무리. TBS
일본 정부의 새로운 방침의 발표에도 일본 내에서는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감염 실태 확인을 위한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코로나19에 대한 진료·상담 기준을 제시하며, 당초 하루 약 300건 정도에 그쳤던 PCR검사 건수를 하루 3830건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일일 검사 건수는 100여 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생노동성이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일본 국내에서 실시(크루즈선, 전세기 귀국자에 대한 검사 제외)한 PCR 검사 건수는 총 1017건에 그치고 있다. 이 수치에는 각 지자체에서 시행된 검사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PCR 검사의 누계 건수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일본 전체 숫자는 갖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일본 내 지역사회 감염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검사 실시 상황을 후생상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1017건의 국내 PCR 검사에서 14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국내 사례의 경우 양성 판정이 13.8%에 달한다. 양성 판정 비율이 높은 것은 중증이 된 상황이 되어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검사의 범위를 확대가 시급하다면서, 검사 건수가 증가하면 감염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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