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무실 벽면에는 세계 각국 정상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송 의원은 대륙과 해양세력 어느 한쪽에 줄을 서서 생존하는 대한민국이 아닌 당당하게 자주적으로 인류의 위기를 해결해가는 데 앞장서는 외교 강국 대한민국을 꿈꾼다고 말했다.
유성호
▲ 송영길 의원 “자주적 균형 잡는 ‘지구본 외교’가 필요하다” ⓒ 유성호
"우리는 이탈리아 반도가 지중해 해양세력과 갈리아, 게르만 대륙세력을 통합·포섭하여 1000년 로마제국의 번영을 이룬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로마제국으로 1000년의 번영을 이루었던 이탈리아 반도의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사라예보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의 화약고가 된 발칸반도의 길로 나갈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외교 전략과 역량에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책을 펴냈다. 제목은 <송영길의 지구본 외교 - 둥근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문화·정치·환경 분야를 선도하는 외교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주로 선거 즈음에 책을 많이 펴낸다. 대개 에세이 류이고,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구술이나 대필이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실상의 후원금을 걷는 행사인 출판기념회를 열기 위해서다. 수 십, 수 백 권을 사주는 사람도 있고, 책 한 권 받고 기십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기한 안에 행사를 치르려고 한다.
그런데 송영길 의원은 이 두 가지 법칙을 모두 깼다. 그가 펴낸 책은 일반적인 에세이 류가 아니라 전문성을 갖고 쓴 외교 관련 책이다. 게다가 법적으로 허용된 출판기념회 기한이 지나서 4월 총선이 끝나기 전에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도 없다. 2년을 구상하고, 7개월 동안 짬짬이 글을 써서 원고를 완성했다. 이번 책이 그의 다섯 번째 저서다.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 의원은 외교 전문가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한-프랑스 의원 친선협회 회장, 한-인도 의원 친선협회 회장을 맡았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지금은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다. 방송통신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칭화대에서 중국어로 특강을 할 만큼 중국어는 유창하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러시아 전문가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고, 그를 가장 많이 만난 한국인이다. 지금까지 푸틴과 일곱 차례나 만났고, 푸틴은 송 의원을 '친한 친구'라고 부를 정도다. 송 의원은 미·중·러·일 4대강국 가운데 러시아의 역할론에 주목한다.
그 까닭은 "러시아는 4대강국 가운데 한반도와 이해 관계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역설적으로 러시아는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미·중 관계의 균형을 잡고, 대한민국의 주도권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이 주장하는 '지구본 외교'는 둥글둥글 원만하게 돌아가는 지구본처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주적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요체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무게중심 축에 위치해 자주적인 역량으로 이 균형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게 전제다. 올해 청와대에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직을 신설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절묘한 균형에 대해서도 송 의원은 관심이 많다.
다음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 송영길 의원실에서 만난 송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