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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136화

담임 얼굴도 못본 아이들, 교사 가정방문에 '정말 좋아'

진주 대곡초등학교, 교장-교사들 책과 간식거리, 학습자료 들고 찾아가

등록 2020.03.11 11:03수정 2020.03.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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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진주 대곡초등학교 교사들이 개학 연기되어 집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가 책과 마스크 등을 전달하며 안부를 살폈다. ⓒ 대곡초등학교

 
"퇴근하고 오니 현수가 선생님이 집에 와서 선물을 주고 가셨다고. 정말 좋아하네요, 감사합니다."

진주 대곡초등학교(교장 이홍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한 말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했던 가정방문에 대해 학부모가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

진주 지역 학교 개학은 3주 연기되어 오는 23일이다. 새 학기가 되었지만 학생들은 아직 등교도 못했고 반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얼굴도 아직 모른 채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

농촌에 있는 대곡초교는 올해 전교생이 61명이다. 학년마다 7~14명씩이다. 담임 8명을 포함, 교원은 11명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사와 아이들의 '얼굴 대면'도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이에 이홍철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교사들이 가정을 찾아가 책과 간식, 과제를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아이들을 대면하지는 않고 되도록 문 앞에 책 등을 놓아 두고 오기로 했다. 이홍철 교장은 실행에 옮기기 전 "힘내라 대곡초 우리 아이들"이란 제목의 안내문자를 보냈다. 안내문자는 다음과 같다.

"밖에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자 새 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10일 오후에 동네를 방문하여(집에는 안 들어가고 문 앞에 방문) 학생들에게 도서, 엄청난(?) 간식, 과제를 전달하고 안부도 묻습니다. 부모님 또는 보호자께서 댁에 계시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아이들만 만나고 올게요. 책을 받아서 읽고 간식도 먹고, 과제도 함께 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담임교사는 가정방문을 할 수 없다. 이 교장은 "작은 학교다 보니 가정방문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선생님들이 학년초에 학부모 상담을 하는데 부담을 갖기도 한다. 학교로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화상담 위주다"고 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은 새 학년이 되었지만 담임선생 얼굴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 근처에 가서 책을 전달하고 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사전에 안내문자를 보내고 자료도 준비를 했다"고 소개했다.

'가정방문'을 하자는 제안에 교사들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학교는 '온책읽기'라 해서 한 반 학생들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같은 책을 구입해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 교장은 "한 해 도서구입비 300만원이 책정돼 있다. 이번 기회에 책을 한꺼번에 사서 학생들한테 주기로 했다. 한 학생당 서너권씩 사서 주는 것보다 같은 책을 사서 이번 기회에 읽고 나중에 '온책읽기' 토론 시간에 활용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만 들고 가면 아이들이 반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간식거리를 함께 가져 가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재미도 있고 해서 '쫀드기'를 구입해 함께 가져 갔다"고 했다.

그리고 교사들은 '색칠공부'와 '도서목록', '만들기' 등 여러 학습자료들도 함께 가져가 전달했다.

대곡초교는 교육청 지침에 따라 학교 비축 마스크를 배부 대상 학생이 9명이다. 이 교장은 이 학생들한테 마스크와 함께 책 등 물품을 들고 가정을 찾아간 것이다.

이 교장은 "마스크를 비롯한 책과 자료를 택배로 보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며칠 걸릴 수도 있다"며 "아이들이 집에서 잘 지내는지, 어떤 상태인지 보고 싶기도 해서 교사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홍철 교장은 "집에 있는 동안 책을 읽고 학교에 오면 그 책으로 수업에서 다시 활용할 예정이다. 요즘 가정방문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정방문이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교육적인 효과를 살려 가정방문을 새롭게 태어나도록 만들면 좋겠다. 선물로 가져간 쫀드기는 학부모님들이 더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가정방문 전, 개학 연기 첫 주에 담임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께 직접 전화하여 담임 소개, 안부 묻기, 건강 확인, 안내사항 전달 등을 실시하였고, 이번 가정방문도 제가 제안은 했지만, 여러 가지 우려에 대안을 찾고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해주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용기로 실시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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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초등학교 교사들의 가정방문에 한 학부모의 감사 인사. ⓒ 대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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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대곡초등학교 교사들이 가정방문하며 가지고 간 간식거링니 쫀드기. ⓒ 대곡초등학교

#대곡초등학교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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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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