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미래한국당 비례 선출 방식..."미국 대입 질문 활용"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유성호

531명. 지난 10일 발표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신청에 응모한 사람 수입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오는 16일까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들의 면면에 대한 평가도 많지만,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공직선거법상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결정은 '민주적 심사 절차'와 '민주적 투표 절차'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쟁점은 '500명이 넘는 후보자를 일주일 안에 심사해 결정한다? 그게 과연 민주적일까'입니다.

[쟁점 하나] 500명 이상을 일주일 안에 심사?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결정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①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신청 ②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아래 공관위)의 서류 심사 ③공관위의 후보자 면접 ④공관위,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순번 포함) 완성 ⑤미래한국당 당원·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찬반투표 ⑥미래한국당 최고위 의결 ⑦확정

먼저, '531명 후보자에 대한 서류심사 및 면접 그리고 선거인단의 투표가 일주일 안에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은 "우리는 500명 심사과정에서 미국의 대학입시에서 활용하는 질문과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져서 자기가 살아온 과정과 업적을 정리정돈하는 방법을 새롭게 도입했다"라며 "(서류심사 내용을) 정량화·점수화 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3월 11일 현재 서류심사는 70%가량 완료됐다고 합니다. 12일 오전부터는 면접에 들어가고요.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추천 신청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통해 어떤 성취(업적)를 했는가, 중요도순으로 세 가지를 서술하라' '자신의 어떤 경험이 국회의원 책무에 접합한 인재로 거듭나게 했는지 설명하라'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관위원장이 자신있게 소개한 '미국 대학입시에서 활용하는 질문'은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 공통질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신청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통해 어떤 성취(업적)를 했는가, 중요도순으로 세 가지를 서술하라', '자신의 어떤 경험이 국회의원 책무에 접합한 인재로 거듭나게 했는지 설명하라',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요구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 531명 면접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지도 주목해서 볼 만한 포인트입니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병호 공관위원장이 '16일까지 마무리'라고 말한 건 그때를 목표로 잡았다는 뜻"이라면서 "공관위가 심사를 하다가 검토할 것들, 면밀히 볼 것들이 생기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쟁점 둘] 100~200명 선거인단이 비례후보 찬반투표... 요식행위 논란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들이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위장정당 해산 및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미래한국당은 즉각 해산하고, 민주당은 위장정당 논의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 공관위의 서류심사와 면접이 마무리되면 공관위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포함한 명단을 확정합니다. 이후 미래한국당은 당원과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꾸려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대한 찬반투표를 거칩니다. 쟁점은 이 과정이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민주적 투표과정인가'라는 점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미래한국당은 '공관위가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게 가능한지' 질의했었다"면서 "선관위는 개정 선거법에 따라 민주적 심사·투표 절차가 없어 안 된다고 답변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후 미래한국당이 또다시 '공관위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만들고, 선거인단을 구성해 찬반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가능한가'라고 물어왔고, 선관위는 '가능하다'고 답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민주적 심사절차와 투표절차를 갖춘다면 선관위는 각 정당의 세부적인 선출 절차까지 규정하진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찬반투표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의 수를 '100~200명'으로 잡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미래한국당이 질의할 때 선거인단의 규모를 100~200명으로 적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미래한국당 관계자도 "선거인단은 100명 이상으로 꾸릴 예정이라고 들었다"라면서 "선거인단은 오프라인에서 찬반투표를 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미래한국당 당원은 최소 6000명 이상입니다.

물론, 선거인단 수에 대한 선거법상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투표의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선거인단이 누군가를 뽑는 게 아니라, 공관위가 작성한 명단에 대한 찬반만 가리는 것이니까요.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 과정은 다른 정당의 그것과도 차이를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을 받은 뒤 면접을 거쳐, 권리당원과 시민선거인단을 모집해 온라인 투표에 부쳤습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를 받은 뒤, 정책검증대회(JED) 등 배심원단 평가를 치렀고요. 이어 당권자와 시민선거인단이 참여하는 투표과정을 거쳤습니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는 총 8만 명가량이 참여했습니다.

김종철 정의당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 "정당운영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당에서 미리 정한 사람을 100명 정도 되는 선거인단 찬반투표에 부쳐 결정하는 건 민주주의를 요식행위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그는 "선관위도 개정된 선거법을 무력화시키는 유권해석을 해선 안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에서 비민주적 요소를 발견하면 무효소송에 돌입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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