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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보문산에는 이미 많은 보물들이 있다

[주장] 이런 보물들만 찾아도 보문산 활성화는 가능하다

등록 2020.03.24 09:16수정 2020.03.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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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보문산 현장을 20일 찾았다. 지난해 보문산 관광개발계획을 발표한 대전시 발표이후 벌써 5번째 현장답사다. 보문산에 대규모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대전시 개발계획은 잠시 중단되어 있다. 민관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다. 다행이 될지 도로묵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보문산성과 시루봉까지 산행을 시작했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하는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찾는 보문산을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가장오래된 보문산 기념비 . ⓒ 이경호

 
70~80년대 대전의 거의 유일한 소풍장소였던 보문산은 많은 시민들의 추억이 서려있다. 과거 여러 기념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보는 이벤트도 기획한다면 매우 놀라운 결과가 있을 곳이기도 하다. 보문산의 기억때문에 현재 보문산을 낮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보문산의 유래는 착한나무꾼 동생과 욕심많은 주정뱅이 형의 전설로 유래되었다. 착한 동생이 연못가에 물고기를 살려 주었다. 그러자 은혜갚는 주머니를 물고기가 주었고, 주머니에 동전을 넣어 부자가 되었다. 형은 이를 시샘해 동생에게 주머니를 빼앗아 도망치다 동생이 주머니를 밟자 주머니에 흑이 들어가 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보물산으로 불려지다 보문산이 되었다고 한다. 
 

보물산 주머니 조형물 . ⓒ 이경호

 
보문산 전설은 오르는 중간에 데크로 마련되어 주머니와 조형물과 함께 전설이 설명되어 있다. 중간에 쉴만한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전설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대사동에서 출발하면서 처음 만나는 것은 바로 보문산 비석이다. 안여종 문화유산 울림대표(아래 안대표)는 1962년 만들어진 보문산비는 현재 존재하는 보문산을 명명하는 비석중에는 가장 오래되었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지 못하면 찾기조차 힘든 위치에 설치된 작은 비석이다. 보물산에 보물의 첫 번째로 여길 수 있는 비석은 초라했다. 

보문산에는 대전의 여러곳에 있었던 비석과 기념동상 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입구에 초라한 비석과 더불어 가장 기념 할 만한 을류해방기념비도 있다. 보문산을 아무리 여러번 찾은 사람들이라도 이런 기념비가 있는 줄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등산로 안쪽에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 
 

을류해방기념비 . ⓒ 이경호

 
본래 대전역에 있었다는 이 해방기념비는 해방 이후 세워진 비석중에 으뜸이다. 대전부 시절에 부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만든 대전의 해방기념비는 한글로 깊게 새겨져 있다. 전국에 있는 해방기념비중에 한글 기념비는 3개 뿐이다. 글씨 도한 깊이 새겨 넣어 해방을 기념하였고, 지역에서는 명필로 알려진 분이 글씨를 썼다고 한다. 해방기념비 인근에는 일제의 잔재인 적산가옥 아직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에 별장으로 쓰던 건물이라니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아직 남아 있는 적산가옥 . ⓒ 이경호

 
본래 이 해방기념비는 해태상과 함께 대전역에 있었던 비석이다. 보문산으로 비석을 옮기면서 해태상은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있다고 한다. 대전역 광장에 다시 해태상과 함께 이전하여 과거를 다시 기념 하고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게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시민들이 해방을 기념한 비가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을류해방기념비가 최소한 보문산에 보물이 되게는 해야 한다. 
 

전승기념비 . ⓒ 이경호

 
대전전승기념비는 과거 보문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59년에 만들어진 전승기념비는 75년 다시 보문산으로 옮겨졌다. 명판을 이승만이 직접 작성했다는 설도 있는데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문산에 위치한 전승기념비에서 찍었던 사진만 모아도 보문산의 새로운 보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 보였다. 
 

보운대에서 바라몬 대전시 전경 . ⓒ 이경호

 
보문산치유센터와 목재체험장을 지나 보운대로 이동했다. 대전시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보문대에서는 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편안하고 가깝게 내려다 볼 수 있는 보문대 였다. 대전시를 전망하는 데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여기에 타워를 세우면 사람들이 올 거라는 생각은 참 구시대적 발상이다. 보운 대는 시설 자체로만으로도 보물이다. 

보운대에는 대전시 시민헌장이 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작성한 시민헌장이라고 한다. 시민헌장이 새겨진 비의 위치는 바뀌었지만 아직도 대전시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보물이다. 
 

시민헌장 . ⓒ 이경호

 
보운대를 지나 보문산성으로 향했다. 오래 걸리는 산행은 아니였다. 보문산성에 올라보니 산성의 위용과 대전시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둥글게돌로 쌓아 올린 보문산성은 대전에서 최초로 복원한 산성으로 대전시민이면 한번쯤은 와봤을 만한 곳이다. 
 

시루봉에서 본 보문산성 . ⓒ 이경호

 
보문산성에서 시루봉으로 이동했다. 보문산 정상인 시루봉 정자에서는 작은 새들을 만났다. 곤줄박이, 상모솔새, 박새, 진박새, 동고비 등을 만났다. 특히 하늘을 비행중인 멸종위기종 참매와 말똥가리 2마리는 보문산이 단순히 역사 뿐만 아니라 생태계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었다. 

생태적 가치는 대전시도 이미 알고 있다. 대전시 깃대종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처를 확인하고 푯말도 세워 놓았다. 이렇게 푯말이 세워진 곳은 빼곡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하늘다람쥐는 간벌하지 않는 빼곡한 숲에서 서식하는 것을 좋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문산은 이렇게 생태적 보물도 많다. 
 

하늘다람쥐 서식처 푯말 . ⓒ 이경호

 
보문산을 한바퀴 돌아보자 대전시가 발표했던 곤돌라와 타워 등의 각종 시설물들이 보문산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보문산에는 이미 많은 보물들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찾아 알려보지도 않았다. 


다양한 역사와 생태적 자산과 보물을 발굴하고 이를 이야기로, 가치로, 생활로 연결하고 부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진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린다면 보문산은 진정한 보물산이 될 수 있다. 민관협의체에서 이런 보물산의 깊이를 깊숙이 이해하고 판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70~80년대에 관광개발 수준으로 현재의 국민들을 만족 시킬 수 있다는 오판은 없어야 한다. 현재 있는 보물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한 개발일 뿐이다. 대전시의 보문산에 대한 공염불은 그동안 충분히 해왔다. 이제 공염불을 멈춰야 한다. 
#보문산 #현장답사 #관광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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