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27일 새벽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남소연
박 시장의 재산내역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그는 고향인 경남 창녕군 장가리 일대에 3530㎡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2012년 3904만 원이었던 게 올해 7594만 원으로 올랐지만, 이 정도면 투기로 이익을 챙겼다고 보기 어려운 액수다.
박 시장은 관용차를 주로 이용하고, 부인 강난희씨는 2005년형 체어맨(배기량 2799cc)을 2012년 1480만 원에 구입했다. 강씨는 7년 동안 453만 원으로 가치가 떨어진 이 차를 지난해 폐차했다. 그리고 2014년형 제네시스(배기량 2800cc, 실거래가 2300만 원)로 바꿨다. 박 시장 부부와 자녀가 따로 살지만, 가족의 예금 총액도 2012년 1억7180만 원에서 올해는 4745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박 시장의 재정 문제는 그가 서울시장 출마 전부터 안고 있던 빚이 뿌리다. 2012년 부인 강씨는 4억6967만 원의 채무를 신고했다.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면서 올해에는 3억9830만 원으로 오랜만에 4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박 시장 본인의 채무 상태는 훨씬 심각하다. 2012년 1억9450만 원이었던 빚이 2013년 2억5797만 원, 2014년 3억681만 원, 2018년 3억4481만 원, 2019년 4억4481만 원으로 7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박 시장 부부의 재정 악화는 부인의 폐업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1999년 'P&P 디자인'이라는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다. 같은 해 박 시장은 '유산 1% 나누기 운동'을 제안하고, 이듬해 총선을 겨냥해 낙천·낙선 캠페인을 준비하는 등 바깥 일로 경황이 없었다. 아들·딸의 양육 등 생계문제 해결이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되자 강씨가 궁여지책으로 맞벌이에 나선 것이다.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부인의 사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풀려나갔다. 사업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채무를 지게 됐지만, 서울시장 출마 당시 박 시장 부부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50만 원을 내고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164㎡)에 살았다.
그러나 남편이 1억 원의 연봉을 받는 고위공직자가 되자 강씨는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장의 아내가 시내에 사무실을 두고 이러저러한 사업을 지속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강씨는 사업을 접는 데만 6872만 원의 빚을 졌다고 신고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부인 강난희씨는 2020년 -6억 9091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사진은 2018년 7월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할 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시장 월급 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부부가 빚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운동가 시절 박 시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를 척결하는 방안으로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를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이 된 뒤에는 불가피한 경비 지출을 실감하게 됐다.
박 시장은 2018년 우리은행에 1억9600만 원의 빚이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2억9200만 원으로 1억 원 가까이 늘었다. 박 시장은 채무 증가의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에 내야 하는 '특별당비'를 들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된 뒤 두 차례의 선거에서 도전자를 물리쳤다. 15% 이상 득표하면 본 선거에 드는 비용은 선관위로부터 보전을 받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드는 돈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단수 공천을 받아 경선 비용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같은 당의 중진 박영선·우상호 의원의 도전을 받아 3파전을 치렀다.
당내 경선은 사흘 동안 안심번호 여론조사 50%, 권리당원 조사 50% 비율의 여론조사로 치러졌다. 여론조사를 비롯해 각종 토론회 주최 등의 제반 비용은 후보들이 분담했다. 박 시장의 핵심 참모는 "당에서 경선 비용으로 5000만 원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면서 "여기에 캠프 사무실 임대료 등을 합치면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선 고지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때 쓴 돈은 고스란히 박 시장의 빚으로 남게 됐다.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은 2006년 8월 31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공공 봉사 부문)을 필리핀 마닐라에서 받았다. 박 시장은 이때 받은 상금 5만 달러를 필리핀의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은 2016년 11월 공유도시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받았다. 1억2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은 2017년 재산신고에서 '과외 소득'으로 잡혔다. 2018년 재산신고에서는 이 돈이 기부, 채무 변제, 특별당비 납부에 쓰였다고 돼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부'다. 박 시장은 이 가운데 5000만 원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에 후원금으로 냈다. 사실 박 시장에게 이같은 기부는 어쩌다 하는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1998년 '우 조교 성희롱사건' 변호인 자격으로 받은 '올해의 여성운동상' 상금을 한국여성단체연합에 기부했고, 2006년에 받은 막사이사이상 상금 5만 달러는 필리핀의 비영리단체에 전달했다.
시민운동가 시절에는 박 시장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억대의 빚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부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그의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시장을 보좌했던 한 참모는 "서울시청에 들어와서 박 시장의 재정 상태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채무 관리를 해서 '균형재정'을 달성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오성규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박 시장은)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어서 '내야 할 돈은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재정 문제는 꽤 오래됐지만,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사석에서 "시장 업무 때문에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시민운동 시절에 외부 강연 요청이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나중에 정치를 그만둔다고 해도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빚 청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보건소에서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집단감염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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