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대피령을 내림에 따라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3월 23일(현지시간) 아침 거의 텅 빈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했다. 세계에서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10일 현재 미국의 확진자 수는 45만 4615명이고, 사망자 수는 1만 6074명이다. 미국 내에서도 뉴욕이 제일 심각하다.
뉴욕 뉴스가 나올 적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잠 못 이룬다. 날마다 늘어나는 뉴욕의 확진자 수에 놀라고, 의료 시스템 붕괴에 이어 사재기로 마트에 물건이 없다는 말에 마음을 졸인다. 매일 일어나는 각가지 사회적 문제에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딸 네 명 중 맏이가 뉴욕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맏이는 1990년도에 미국으로 유학하러 갔다. 학교 공부를 마친 후 그곳에서 직장을 얻고 이탈리아 사람과 결혼해 정착했다. 지금 뉴욕에서 쌍둥이인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다.
날마다 자고 일어나면 딸이 있는 뉴욕 뉴스부터 찾아본다. 행여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보지만 점점 불어나는 숫자는 야속하기만 하다. 사망자도 많다.
세계 최고의 도시는 왜...
딸이 잘 지내나 궁금해 며칠 전 뉴욕으로 영상 전화를 걸었다.
"뉴욕에 확진자가 많아 심각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내니?"
"응, 나도 재택근무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 듣고 있어요. 밖에 나가지 않고 거의 집에만 있어요. 우리는 아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식품 구입은 어떻게 하고 있어?"
"식품은 배달 시켜 먹고 있으니 염려 말고 아빠 엄마도 집에서 나가지 마세요."
"마스크라도 보내줄까? 필요한 물건은 없니?"
"아니야, 염려하지 마."
초조한 마음에 자꾸 물어보게 된다. 무언가 도움이 돼주어야 할 것만 같은데 딸은 괜찮다고만 한다. 알았다고 하며 전화는 끊었지만, 여러 가지로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공공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에서는 병원비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어린 손자 손녀가 있어 병원 갈 일이 생기면 온 가족이 늘 걱정이다.
세계 최첨단을 걷는 화려하고 멋진 뉴욕이란 대도시에 병원시설과 의료장비가 부족하다니. 쓰레기봉투로 방호복을 만들어 입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번 TV 뉴스에서 보게 됐다. 밀려드는 환자로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하고 소독제도 부족하다며, 한 간호사가 인터뷰하는 도중 울먹였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은 예기치 못한 신종 감염병으로 지금 사실상 전시 상태라고 했다. 도시가 고요하다. 북적이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썰렁할 뿐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몇 년 전 나는 딸의 초청으로 뉴욕에 간 적이 있었다. 내가 처음 가게 된 뉴욕은 그저 놀랍고 별천지인 세상이었다. 상상을 초월한 최첨단의 시스템, 근사한 높은 빌딩과 박물관, 세련된 도시 속 사람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뉴욕에 있었다. 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을 향해 도전하며 살아 볼 만한 곳이겠구나 생각했었다. 내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딸이 뉴욕에서 직장을 다니며 살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흐뭇했다. 마치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이 대신 이뤄준 듯 대견하고 기뻤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본인이 추구하는 삶을 살면 그만이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만 생각이 바뀌어 간다. 너무 멀리 있어 자주 볼 수도 없고 희로애락을 같이 나누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가슴 속 애잔함이 헤집고 들어온다. 세상을 살아갈 날이 점점 짧아져서일까. 가끔 사무치게 보고 싶다. 그리움이 불쑥 치밀어오르며 애달프다.
딸이 사는 뉴욕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