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코로나19 확진자수 추이
도쿄도홈페이지
아무도 감염 경로를 모른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이른바 '클러스터 부수기'가 바로 이 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경로 파악 및 검사였다. 전염병 확산을 막는 당연한 검사 및 행동규칙이지만 아베 총리는 이게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결국 며칠 지나지도 않아 그의 말은 공수표가 되어버렸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면 '클러스터 부수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만 하더라도 지금 주변에 두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명은 중증이고, 한 명은 경증으로 도쿄도가 제공한 호텔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이들 역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케이스이다. 나도 이들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 따로따로 만났다. 3월 초순에 만난 이후로는 만나지 않았고 2주의 잠복기가 지났으니 나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것이다.
또한 고열, 기침 등의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도 미각이나 후각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지인들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일본, 아니 적어도 도쿄는 내 주위에까지 감염자가 퍼져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 경로를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증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누가 걸렸는지 모르니까) 무조건 이론적으로 이 병을 잡으려면 전국민이 격리되어야 한다.
실제 아베 총리도 사람간의 접촉율을 80% 줄일 수 있으면 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일본 정부나 도쿄도가 내리는 이런 느슨한 긴급사태선언으로 그게 과연 가능할까? 턱도 없다.
당장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려면 전철을 타야한다. 파친코, 캬바레, 나이트클럽 등 '3밀'(밀폐, 밀접, 밀집)의 공간을 아무리 휴업시키면 뭐하나, 전철이 만원인데. 경증인 사람 누가 기침 한 번만 해도 비말이 날라가고 그것을 모른 채 돌아다니다가 다시 옮길 것인데.
나고야가 긴급사태선언 대상에서 빠진 이유
결국 스페인이나 인도처럼 강력한 자택격리 아니면 안되는 거다. 지금 하는 방식으로는 전파력이 느슨해질 뿐이지 퍼질 수밖에 없다. 아베노믹스의 환영에 사로잡혀 아직도 경제침체를 걱정하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본 제3의 도시 나고야가 위치한 아이치현을 긴급사태선언 대상에서 빼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치현에는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제조업을 상징하는 공장들이 여럿 있다. 이들이 생산을 중단하면 안 그래도 힘든 일본 경제가 거의 붕괴수준이 되기 때문에 아이치현만 제외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통계를 봐도 아이치현의 감염자는 긴급사태지역으로 선포된 후쿠오카현보다 훨씬 많다.
문제는 아이치현이 빠지다 보니 호스트, 호스테스, 파친코중독자, 사채업자 등 도쿄의 유흥가 사람들이 나고야로 이동하는 것이다. 나고야는 아직 파친코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열고 있고, 밤거리도 자숙의 분위기는 있지만 도쿄처럼 아예 문을 닫지는 않기 때문이다.
긴급사태선언을 실시해 한 달간 노력해서 7개 지역의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이 다시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소극적인 검사 시스템에 변함이 없고, 대중교통수단이 그대로 다니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지 않는 등의 상황이 지속되면, 즉 사람간의 접촉이 현재처럼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염자 추세가 쉬 꺾이지 않을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면 풀고 다시 끼우면 된다. 그런데,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잘못 끼웠는지 아닌지 회의하다가 시간 다 보내고, 잘못 끼웠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두번째 단추를 일단 채워보자고 한다. 지금 그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아까운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해결책이 없다.
오늘 발표된 NHK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0%를 넘고 있다. 지지 이유의 51%는 '믿고 맡길 만한 다른 정치세력이 없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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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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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경로 모르는 확진자들, '진퇴양난' 빠진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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