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숙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도쿄 시내의 파친코점.
박철현
인구 유동율 감소 실패... 파친코 가게엔 도박 중독자들로 북적
다시 한번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일본은 지난 1월 16일 가나가와현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거의 3개월에 걸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3월 25일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되고 29일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켄이 죽으면서 긴급사태선언를 선언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높아졌지만 그로부터 열흘이나 지난 4월 8일에서야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를 비롯한 7개 광역지자체(도부현.都府県)에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실제적인 휴업 및 외출자숙 요청은 그로부터 사흘이나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촌각을 다투는 시기일수록 '하루'의 무게감은 남다를 것인데, 그 아까운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버렸다. 이후 내각 전문가회의는 사람간의 접촉율을 평소의 20% 수준으로 내려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정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세웠다. 하지만 긴급사태선언이 선언되고 3주째를 맞이한 오늘의 통계를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
휴대전화의 위치정보서비스(GPS)를 기반으로 인구유동율을 분석한 NTT 도코모의 발표에 따르면, 감염확대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 18일~2월 14일과 비교해 4월 11일~26일까지의 유동율이 전체적으로 줄기는 줄었지만 그 감소율이 지역에 따라 87.8%부터 18%로 천차만별이었다고 한다. 도쿄를 보면, 도쿄역(-87.2%)과 마루노우치(-85.3%), 신주쿠역(-81.9%) 등 7곳 정도가 유동율 10-20%선으로 내리는데 성공했지만 그외 지역은 실패했다.
참고로 일본은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것은 모두 내각 전문가회의의 견해를 따른다. 그리고 전문가회의가 말했던 '긴급사태선언 이후 2주간 인구유동율 8할 감소'가 실패한게 드러났기 때문에 5월 6일까지로 예정된 긴급사태선언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이대로 간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각 지자체 및 언론들이 최근 눈에 띄게 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하지만 아베 내각은 더이상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보다(법적인 수단도 물론 없긴 하지만) 보다 강한 시민들의 자숙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일본은 이미 의료붕괴가 확실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달리 취할 방법이 없다. 시중감염이 만연된 상태로 보고 있고, 결국 자연스러운 집단면역을 바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자숙 요청을 따르지 않고 있는 파친코, 술집 등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요청이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나중에 세무조사 등을 맞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한달이나 문을 닫아버리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나중에 벌금을 받더라도 지금 왕창 손님을 받아 인기를 끄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도쿄의 번화가 우에노의 파친코점 '사이버스페이스'는 원래 손님이 돈을 딸 확률이 매우 낮은 이른바 사기성 짙은 가게로 유명했는데, 지난 며칠동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파친코 업종에서의 대성황은 적극적인 밀접, 밀폐, 밀집을 의미한다.
실제로 바깥에서 쳐다보니, 가히 바이러스 배양기라고 부를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열심히 자숙하면 뭐하는가. 저런 시민의식이 결여된 도박중독자들이 결국 바이러스를 다 옮겨버리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