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후 특별식캄보디아 전통음식
고기복
코로나19 자가 격리자 수용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 그 대상자인 이주노동자를 2주간 가까이서 지켜보며 이 사회가 사회 취약층,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고 도움을 주려는 이들조차 세심함이 부족했다. 쉼터라면 무조건 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르다 보니 선의가 피해를 끼치는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긴급을 요하는 지원에서 늘 뒷전인 열외 시민이었다. 사람을 노동력으로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등급을 매기는 일조차 아무렇지 않게 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민낯 중 하나는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 차별과 배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공적 마스크 판매 정책이 딱 그랬다. 정부 당국은 체류 자격과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핑계로 절반이 넘는 이주민들을 사회안전망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겼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할 때 이주민들은 불안감에 떨면서도 마스크 구입은 딴 세상일이었다.
재난기본소득 역시 그렇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외국인은 제외라고 못을 박았다. 비록 총선이 끝날 즈음 이재명 지사가 "내용보다 속도가 중요해서 깊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재난기본소득 배분에 있어서 외국인 배제로 인한 문제점을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나 난민 등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생활하며 직·간접세를 내는 도민인데도 말이다. 세금이 있는 곳에 권리가 있다는 말은 이주민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이주민 대상 마스크 분배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며칠 사이라고, 격세지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공적 마스크도 여유가 생기면서 뒷전이던 이주민들에게 늦게나마 눈길을 주는 점은 고마우나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그동안 이주민은 우리사회에서 '열외 시민'이었는데 이제야 생색내는 꼴이다.
열외 시민이 있는가 하면 일류 시민도 있다. 마스크 구입을 못해 불안해하는 이주민들이 있다는 소식에 발끈하고 나서서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아들 등교할 때 사용하려고 사 둔 마스크를 내놓은 이, 바쁜 선거운동 일정에도 귀 기울여준 후보, 주위 지인들을 독려하며 마스크를 모으고 갖다 준 이, 비서실을 통해 살짝 보내준 이도 있었고, 직접 재봉틀을 돌린 전업주부·언론인·평화활동가, 교인들로부터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모아 보내 준 교회들, 마스크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며 방역해 준 이, 꼭 필요했던 손 소독제를 박스로 보내준 이, 익명을 요구하며 다량의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발송해 준 기관 등등 정말 많은 이들이 세상이 눈 감을 때 이주민들을 돌아봤다.
이주민도 우리 사회 공동체 일원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이들은 세계 시민이며, 일류 시민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안전망 체계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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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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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S가 나타났다, 그리고 14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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