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 임금노동자의 과반이 넘는 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 고용안정을 보장해 주지 않고 노조도 없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일하는 것, 늘어만 가는 초단시간 일자리를 포함한 시간제 일자리의 자리를 여성이 채우고 있는 것, 심지어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려운 특수고용·비공식 노동자(가정관리사 등)로 많은 여성이 일하고 있는 것, 여성 취준생들이 채용에서부터 배제당하는 것 등등, 이 모든 고용상 차별이 재난의 기저에 작동한 결과이다.
재난 속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위기는 여성인 노동자의 피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성이 시장에서 어떤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는 우리사회가 재난극복을 위해 타파해야할 불평등한 구조·메카니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계속 강화되고 있는 노동의 불안정성과 저임금화는 '여성을 가장 빨리 해고하고, 가장 나쁜 일자리로 복귀시키는' 흐름과 일치해왔다. [참고:
임윤옥, "코로나19와 여성노동자 '조용한 학살']. '위기가 심화시킨 성차별'이 또 다른 위기를 심화하는 것으로 악순환하는 것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질서가 지금처럼 유지되는 한, 코로나19 재난 중에 여성시민들이 겪을 심각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노동하는 모두의 피해극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노동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이대로라면 불평등을 야기하는 구조는 더 공고해지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재난 속 여성노동자들의 피해에 천착해, 성평등노동의 관점으로 각종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재난 속 여성의 노동에서 착안한 '돌봄'의 중요성,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는 핵심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일상을 회복하되 재난 이전의 불평등한 구조로의 회귀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재난을 극복하고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기 위해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가? 이 역시 재난 속 여성의 일 경험에서 착안할 수 있다.
이번 재난으로 여성들이 생계를 충당할 임금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일은 줄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여성의 노동은 결코 줄지 않았다. 여성들의 돌봄(가사노동 포함) 부담은 더 증가했다. 재택근무 실시·취업 등 경제활동 불가·일시휴직·해고 및 실직을 초래하는 산업의 위기와 공보육 기관·의료 및 사회복지시설이 폐쇄되다시피 하며 찾아온 '사회화된 돌봄'의 위기가 뒤엉켜, 돌봄노동의 부담이 다시 일개 가족 그 중에서도 '여성 구성원'의 역할로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2020년 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가사·양육을 사유로 하여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남성 인구는 감소한 반면, 여성은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접수된 가족돌봄휴가를 선택하는 비율도 여성이 약 2배 많다.(여성 64%, 남성 36%). 한편, 긴급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작동하는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배제없이(이주민, 장애인, 노인, 아이 등) 양질로 제공되는 여타 돌봄 시스템의 필요성은 급부상하고 있다. 모두 여성이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