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전북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이 <가사노동자 권리 선언 캠페인>을 진행했다. 노동자로서의 존중과 인정을 위해 역 앞에서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근로기준법 11조 하단에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현행법상 가사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이 제공되는 장소인 가정을 사업이나 사업장으로 볼 수 없고 가사노동의 수요자인 개인을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인 개인 가정도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4대 보험의 가입의무도 없다.
가사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지원금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가정관리사들은 보통 1회 4시간 기준으로 주 8회 정도의 일을 한다. 청소, 빨래와 다림질, 음식 준비 등 전반적인 가사 일을 담당하는데 법적으로 정해진 급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당 1만 원 정도의 서비스 요금을 일당제로 받는다. 요금은 고객에 따라 현금으로 받기도 하고 계좌이체로 받기도 한다. 이번 특수고용노동자 지원대책 안에는 급여 통장 사본으로 소득 감소를 증빙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당제인 가사노동자의 특수성으로 인해 현금으로 서비스 요금을 지급 받는 경우, 소득 감소 증빙이 어려운 것이다.
늘어난 요구사항... "과한 처사 아닌가?"
가정관리사 중에는 외부 감염의 우려로 인한 고객의 일방적인 통보로 일을 쉬게 된 경우가 제일 많았지만, 일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고객 집에서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사람 많은 곳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 다녀왔는지 말해 달라"고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고객은 출근 1시간 전부터 전화해서 "몸 상태는 어떠냐? 열은 있느냐?"라고 사전 체크를 하여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출근하게 한다. 그러나 고객들도 가사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라질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정 관리사였다. 이탈리아에 다녀온 집 주인 여성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으나 이를 가정관리사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출근을 시켰던 것이다.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된 가정관리사는 병원에서 숨졌다.
또한 균이 옮을까 봐 수도꼭지도 못 만지게 하는 고객 집도 있다고 한다. 일을 하러 도착하자마자 고객이 수도꼭지를 틀어주면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시작한다는 것인데, 집안의 위생을 위하는 것이니 이해는 하면서도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라는 씁쓸함이 든다고 한다.
가정관리사 스스로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을 쉰 경우도 많다. 학교와 어린이집 개학이 늦어지면서 사회적 돌봄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옴에 따라 여성들이 돌봄 휴가를 내고 집안일을 스스로 하게 되어 일을 쉬게 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가정관리사 스스로 손주를 돌보기 위해 일을 쉬기도 하여 실질적인 급여가 많이 줄었다.
'가정관리사'는 왜 직업이 아닌가
가사노동자들은 소득이 감소한 현재, 모아두었던 보험 계약 대출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기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각종 지원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 최대한도로 아끼면서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는 고정적인 일자리와 급여가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 하루하루 불안한 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라 저평가 하고 무시했던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던 그 폐해가 이번 코로나 재난으로 확실히 드러났다. 코로나 재난지원 상황에도 사각지대로서의 여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