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김순희(가명)씨가 노인 돌봄노동을 하고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이렇게 일자리에서 쫓겨날 뿐 아니라 설사 운 좋게 계속 일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다. 재가 방문 시 잠재적 감염자인 양 이용자 눈치를 봐야하며,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최대한 접촉을 피해가며 일한다. 더군다나 감염예방 물품 등은 센터에서 지급해주지 않고 알아서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시설에 근무하는 경우 퇴근 후에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모든 일과를 적어 시설에 보고해야만 했다. 어르신이 감염되지 않게 체온계, 마스크를 요양보호사가 직접 구입해서 사전예방을 해야 한다고 제공기관에서 압력을 넣은 사례도 많다. 정부나 제공기관의 감염예방에 대한 제도적 지원 없이 모든 책임을 요양보호사에게 떠넘기면서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
인천시에서 요양보호사 한 명당 1개씩 마스크 8천~9천개를 지원한다고 했다. 대상은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였다. 이동이 많아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재가 요양보호사 4만2천여명은 제외되었다. 요양보호사들이 담당부서를 방문해 재가센터 요양보호사들에게도 마스크가 지원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추가 지원을 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어 겨우 지급이 되었다.
41만명 중 95%가 여성... '위기'시 가장 먼저 내쫓긴다
요양보호사들이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먼저 직접 피해를 입게 된 것은 그만큼 불안정한 노동환경임을 보여준다.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는 160만 명이 넘고, 시설이나 재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41만 명이 넘는다. 요양보호사 95%는 여성이이며, 대부분 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일자리는 결코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4대보험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월 59.5시간, 11개월을 계약하는 사례도 많다. 임금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으로 월 60시간 일을 하면 60만 원 정도 받는데 재가서비스 이동시간은 근무 시간에서 제외된다. 이용자가 사망하거나 시설입소, 어르신 변심 등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바로 일자리가 없어진다.
요양시설은 24시간 CCTV 감시를 받고, 야간근무 시간 중에는 휴게시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어르신이 있는 공간에 같이 있기 때문에 잠시도 편히 쉴 수 없이 긴장상태로 대기하며 어르신을 돌봐야한다. 잠시라도 제대로 쉴 수가 없는 조건으로 그야말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이다. 또한 문제발생시 요양보호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5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올해 12년째로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언제나 고용 불안에 떨며 일하고 위기상황 시 최우선으로 일자리에서 내쫓기고 있다.
요양보호사 김순희씨가 체념하듯 한마디를 툭 던졌다.
"우리 요양보호사는 물티슈 같죠. 필요할 때 갖다 쓰고 필요 없으면 무심하게 버리는.... 인권이니 노동권이니 이런 얘기는 어디서도 못해요.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이 낮죠. 그런 대우를 받으니 서로 경쟁하고 감시하고..."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덧붙인다.
"이용자 사유(사망, 시설입소, 이사, 단순변심 등)로 일이 중단될 경우 대기수당이나 휴업수당이 있어야 해요. 요양보호사 개인의 책임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서비스 품질을 위해 돌봄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을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제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지금보다 나은 요양보호사 근로조건 기준이 마련될 것 같아요"
낮은 목소리에 담긴 절실한 요구였다. 2008년 7월 시작한 노인요양장기보험 도입은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한 제도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용자 중심의 사업으로 민간 진출을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치열한 시장경쟁에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직접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었다.
지속가능한 돌봄노동을 위해
요양보호사는 요양급여 노동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대면하면서 감정·정서를 포함한 관계․사회적 노동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끊임없는 인권침해, 건강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등 요양보호사는 이중삼중의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