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8일(미국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을 당시 모습. 의사봉을 들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는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국정연설 원고를 찢어서 책상에 던져 버리는 충격적인 모습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원고를 찢은 하원의장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의원입니다. 낸시 펠로시는 2001년 여성으로는 처음 민주당 원내총무가 됐고, 이후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의장에 취임했습니다.
낸시 펠로시는 2018년 민주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2019년에 또다시 하원의장이 됐습니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시 계승 승위상 부통령 다음으로 권력 3위에 해당합니다.
국제의원연맹(IPU)의 2020년 자료를 보면 전세계 여성 국회 의장 비율은 278명 중 57명(20.5%), 여성 국회 부의장 비율은 582명 중 147명(25.3%)으로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보다 정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만 해도 이미 1993년 도이 다카코 의원이 여성으로는 첫 중의원 의장에 취임했습니다.
한국은 첫 여성 부의장이 탄생한다고 난리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 첫 여성 국회의장, 가능할까?
김상희 의원이 첫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유력해지면서 여성 국회의장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한국의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의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관례입니다. 21대 국회의장으로 민주당 6선의 박병석 의원이 후보로 추대된 이유입니다. 선수로만 따진다면 다음 총선에 추미애 민주당 의원(현 법무부장관)이 당선한다면 국회의장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횟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여성 정치인은 정치적인 능력보다는 수동적인 면을 강조하는 보조적인 역할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스> 김혜인 기자의 <고민정 보도는 왜 '시집 잘가'에 집중했나>라는 기사를 보면 언론이 여성 정치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보도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