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매점에는 "매점관리원"이 없고 자판기가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뜨거운 여름날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곳.
지친 몸과 마음에 달콤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곳.
종 친 것도 모르고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곳.
학창 시절 추억 한 켠에는 언제나 매점이 있었고, 그 매점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매점관리원이다.
A씨는 매점관리원으로 7년을 일했다. 주로 매점에서 판매, 관리업무를 하였지만, 학교 민원업무 및 환경정화, 행정실 업무 보조도 하였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도 도맡았다.
A씨의 교육청 소속의 무기계약직이지만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다른 학교비정규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임금이 교육비특별회계가 아닌 매점 수익금(학교운영비)에서 지급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A씨의 임금은 교육청이 마련한 예산에서 지급되지 않고 매점에서 발생된 수익에서 지급된다. 그러니, 같은 방중비근무자여도 매점매출이 없어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출근 지시가 없었다. 이에 A씨는 노동조합에 상담했다.
A씨의 상담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은 매점관리원들에게 연락했다. 매점관리원 대다수가 생계를 걱정하며 출근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교육 당국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A씨와 동료들은 4월부터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4월 첫 주, 드디어 A씨가 첫 출근을 하였다. 그러나 A씨는 웃을 수 없었다. 매점을 찾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점 폐업 이야기가 점점 현실화될까 노심초사했다. 학교에 출근해도 업무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잡초제거만 하다 오는 날도 있었다.
매점관리원들의 고용위기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 수의 감소, 0교시 폐지, 야간자율학습시간 조정 등으로 매출은 점점 줄어들어 학교는 매점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매출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한때 A씨의 매점은 순이익이 연간 6천만원 이상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매점수익금은 회계연도 안에 모두 소진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학교사업비로 모두 사용되어왔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학사일정이 정상화되지 못해 매출이 없거나 부진했을 때 매점관리원의 인건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 매점관리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임의 결과는 매점의 폐업과 매점관리원의 해고로 연결된다.
A씨 주변 학교들의 매점에는 "사람"은 없고 "기계"가 들어왔다. 바로 자판기다.
노동조합은 지난 3년간의 A씨 근무지역의 매점 현황을 살펴보았다. 50여개의 매점 중 30여개 매점이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자판기가 있었다.
A씨는 "근본적으로 매점의 설립 취지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함임에도 매출이 높을 때는 수익금만 취하고, 매점관리원의 처우개선은 탁상행정으로 방치해버린 결과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점폐업의 실질적 문제를 부각하는 상황을 만든 것 같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노동조합은 교육청에 매점관리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성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