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는 5월 26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효
"지난 21일 STX조선해양 관계자가 산업은행의 호출을 받았고,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노사는 협상으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산업은행 호출 이후 사측의 태도가 돌변했다. 산업은행은 고정비 감소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년간 무급휴직한 뒤 6월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노동자한테 너무 가혹하다. 이것이 과연 국책은행인가.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만들겠다고 하는데, 국책은행은 있는 일자리마저 없애고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는데도 경남도는 이를 외면하고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장섭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STX조선지회장이 26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외쳤다. 노동자들은 오는 6월 1일부터 현장복귀를 해야 하지만 사측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STX조선해양 노-사와 경상남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2018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에 2년간 '무급휴직'에 합의했고, 그 기한이 오는 5월 말까지다.
6개월씩 2년간 무급휴직으로 있었던 노동자들은 오는 6월 1일 복귀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사는 노동자 복귀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무급휴직 연장을 제시한 것이다.
창원진해 STX조선해양은 중형조선소로, 노동자들이 복귀해도 일감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2년 전 합의의 이행을 요구하며 경남도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는 26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일터를 떠날 수 없다. 경남도지사는 무급휴직 철회를 강제하라"고 했다.
이들은 "청천벽력이다. STX조선 사측은 2년의 무급휴직이 종료되어야 하는 6월 1일 현장으로 복귀하는 복귀자들의 출근을 거부하며, 무급휴직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일방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노동자의 삶과 생존은 안중에도 없는 금융논리에 빠져버린 산업은행과 중형조선의 정책부재 속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는 경남도의 무능력이 만든 합작품이다"고 덧붙였다.
STX조선해양은 2019년에 자구계획안 목표(715억원)보다 높은 실적(817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까지 자구계획 목표의 62%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말한다면 핑계라는 것. 경남대책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조선산업의 위기를 예견하고, 대응책을 요구한 것"이라며 "그러나 10년 전 중형조선산업 대책 촉구에도 정부정책이 없었듯이 코로나19로 '다 죽는다' 아우성 쳐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현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른 길은 없다. 오로지 합의에 따른 복직이다"며 "STX조선 노사는 2년간의 무급휴직을 종료함에 합의했으며 노동조합은 이 합의서대로 현장복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남대책위는 "STX조선 노동자들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 약속된 복귀까지 6일 남았다. 생존권을 건 싸움에서 노동조합의 후퇴는 없다"고 했다.
경남대책위는 "정부의 중형조선 정책부재 속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이곳에 있다. 금융논리에 빠져버린 국책은행으로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이곳에 있다"며 "김경수 도지사는 지금 당장 경남도의 모든 역량을 갖고 노동자들과의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경남대책위는 항의서한을 경남도청에 전달했다.
금속노조 STX조선지회는 이날 경남도청 정문 옆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창원시 의창구는 천막농성장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붙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