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20대 산업별 취업자 증감>표. 2019년 3월과 비교해봤을 때, 상당수의 여성노동자들이 심각한 고용단절을 겪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강희씨처럼 일자리를 잃은 20대 여성들은 통계청 자료 속에도 존재한다. 2019년 3월과 코로나19가 발생한 올 3월을 비교한 '20대 산업별 취업자 증감표'를 살펴보면 20대 여성노동자는 교육서비스업(299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201천명), 도매 및 소매업(152천명), 제조업(146천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36천명)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을 겪으면서 제조업(-43천명), 교육서비스업(-27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21천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13천명) 현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들은 사라져 갔다. 코로나19 속에서 자신의 재난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한 채, 앞이 보이지 않는 고용단절의 터널 앞에 서게 되었다.
일터에서 여성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것
화장품 제조회사는 강희씨의 두 번째 직장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 두고 쉬면서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일자리가 별로 없었다.
"여러 군데 면접을 많이 보러 갔는데 거의 다 떨어졌어요. 부산까지 가서 면접도 보고. 첫 취업을 준비할 때보다 더 많은 원서를 넣었는데도 어려운 거예요. 취업사이트를 보면서 혹시 경북에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찾아보다가 이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저에게는 도전이었죠. 다른 지역으로 가서 일한다는 게."
강희씨는 이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두 번 봤다, 마지막 면접은 대표와 일대일 면접이었는데, 업무와 상관없는 '부모님은 뭐하시냐, 피부가 참 좋다, 쌍꺼풀은 수술한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황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카톡으로 술을 마신 대표가 자기가 요즘 많이 힘들다며 개인 상담을 해달라고 하거나, 업무 시간 후에도 "회사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하는 사원이 있으면 자기에게 이야기해라, 그것도 업무다" 라는 카톡을 보내 온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대표는 다른 여성 직원들에게도 업무톡, 개인톡을 한다고 했다.
일터에서는 여성노동자에게 꾸밈과 감정, 돌봄노동을 무제한으로 요구한다. 가부장제에서 작동하는 성역할을 차별 아닌 '여성성' 또는 '능력'으로 포장하며, 그것을 더욱 권장하고 강화시키려는 것이 현실이다. 이 현실은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20대도 예외일 수 없다.
"출근하면 대표 방에 들어가 책상을 닦고 정리해요. 그리고 매일 대표 구두 닦아오는 것도 했어요. 제가 오기 전에는 회계 담당하는 주임님이 했대요. 또 주임님이 하던 엑셀 업무, 탕비실 청소, 간식 나눔도 제 일이 되었어요. 한번은 새로운 헤어제품이 나와서 써봐야 된다면서, 대표가 자기 머리에 테스트해보라 해서 대표 머리 감기는 것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현타가 좀. 굳이 이런 거까지 왜 해야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