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는 긴급보육을 실시했다. 보육교사들은 정부 지침대로 어린이들의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도하고 있고 열 체크도 하며 방역에 힘쓰지만, 추가된 업무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해진것을 체감하고 있다. (사진무관)
픽사베이
코로나19로 인해 보육교사로서 무엇이 변했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그동안 있었던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달라진 점을 찾자면 우리가 내내 불합리하다 주장하고 변화시키려고 했던 상황이 더 가혹해지고 처참해졌다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된 직업 중에서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조건이 나빠지고 질타만 심해지는 직종이 또 있을까 싶다. 아이들의 교육은 시대가 갈수록 점점 중요해지는데 왜 이를 책임지는 주체인 우리의 노동조건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넘치고 여성다수직종이라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같은 상황에서 집에서 양육해야 할 영유아가 있다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 또한 어린이집이다.
언제까지 원장의 인성에 기대어 노동조건을 완화할 수 있길 기대해야 하는지 앞이 막막하다. 보육교사의 절대 다수인 여성노동자들은 임금 차별에, 필요할 때 휴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남성처럼 생계부양자라는 인식이 있다면 과연 우리에게 페이백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는다 하지만 해고도 쉽고 은밀하게 원장들의 네트워크에 의해 취업방해가 이뤄진다. 우리는 그것이 두려워 평소 불합리한 상황에도, 심지어 재난상황 속에서도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기조차 어렵고 이는 고착화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은 누가 만들었는가? 지금까지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이는 우리를 온전한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자이자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는 교육자다. 어린이집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원장자격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육의 공공성을 말하면서도 사실상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고 기대려는 안일한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보육교사의 노동조건이 결국 아이들의 보육의 질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면 제발 더 이상 보육교사의 인내와 희생에 기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지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일상적인 상황보다 높은 노동 강도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긴급돌봄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과 더불어 보육교사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2월27일 정부는 전국 어린이집 휴원 명령 후 긴급돌봄을 대책으로 내놓았는데 긴급돌봄 이용률은 당시 10%였다가 4월에는 57%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긴급돌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감염위험 수준별로 긴급돌봄을 재정립하고 공간 운영에 대한 지침을 새로이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코로나 뿐 아니라 언제든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곳이 어린이집인 만큼 지속가능한 방역체계가 구축되고 재난상황에서도 육아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줄여야하며 사회적 거리 유지, 보육 및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 이번에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어느 때보다 보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보육의 일선에 있는 보육교사가 더 이상 돌봄 영역에서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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