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서울, 6.15공동선언 발표 14주년 기념대회, 거리행진 "남북공동선언 이행으로 평화와 통일을!".
6.15남측위
전쟁 당사자도 아니면서 전쟁당사자 이상으로 책임을 강요당하면서 핍박을 당하고 있는 한반도는 '천형의 땅'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패배주의적 사고를 극구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75년간이나 한민족이 분단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분단모순을 걷어내자는 외침의 일단이 '6.15공동선언'이었다.
6.15공동선언은 1945년 분단이래 최초의 정상회담을 통한 정상선언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선언문을 통해 합의한 사항 중 실천으로 이어진 것은 6개항 중 3개항(①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비전향장기수 문제해결, ②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균형발전,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분야 협력, 교류 활성화, ③합의사항 조속실천을 위한 당국자간 대화개최)에 머물고 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실천에 이른 3개항조차도 지속가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이후 정상선언은 7년을 지나고서야 합의한 10.4선언(2007.10.4.)이다. 그리고 그 이후 9년은 남북 냉전 상태로 회귀한 암흑의 시기였다. 이 어둠의 세월을 '촛불혁명'으로 걷어내고 10.4선언 11년 만에 4.27판문점선언(2018.4.27.), 9.19평양선언(2018.9.19.)을 이뤄냈다.
2018년 한 해는 2000년 6.15선언 이후 남북관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해였다. 2018년만큼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된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도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해 안타까운 상황이다. 즉, 그 아름답고 가슴 벅찬 공동선언문들이 휴짓조각이 되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왜 6.15는 단절의 아쉬움에 놓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