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망' 시위사태 속 이틀째 종교시설 찾은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지 방문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흑인 사망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종교시설을 방문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는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시위에 나서는 이들을 여전히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현직 관리들이 많다. 그러나 그의 강경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의 입장도 여전히 확고하다.
국가안보보좌관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은 CNN 뉴스에서 지난주만 해도 폭도들이 많았으나 이번 주 들어 평화 시위가 정착된 것이 순전히 경찰의 질서 유지 조치 덕분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경찰 내부에 조직적인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문제 경찰관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문제는 경찰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흑인들의 생각에 있다는 주장도 했다. 미국의 법무장관 바(William Barr)도 대부분의 경찰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흑인들이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고위 공직자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로 백인들인 트럼프 지지자들의 신념은 여전히 확고하며, 그것이 트럼프의 강경 노선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거친 언사보다는 그의 업적을 본다고 강조한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재선을 확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적인 공권력 행사로 흑인들이 피해를 입을 때마다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공론이 꾸준히 일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법적,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낸 적은 거의 없었다. 미국의 주류는 흑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미국의 흑인과 백인들의 빈부 격차는 매우 뚜렷하다. 백인의 순자산은 평균 17만 달러에 이르지만, 흑인은 그 10분의 1인 1만 7천 달러에 불과하다. 참고로 아시아계는 6만 5천 달러이고, 히스패닉은 2만 7천 달러로 역시 백인들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흑인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실업율과 임금에서도 흑인과 백인들이 턱없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백인과 동일 학력을 갖춘 흑인의 경우도 백인에 비하여 78%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능력보다 피부색으로 임금이 결정된다. 백인의 74%가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하여, 흑인은 낮은 임금과 적은 유산이 주요 원인이 되어 44%만이 자기 집이 있다.
백인들이 미국에 먼저 이민 와서 터를 닦은 것은 사실이니 기득권을 누릴 법도 하다. 그러나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이 백인에 이어 차례로 들어오고 동양계도 들어오고 인권과 평등에 관한 법과 제도가 수립된 다음에도 백인들의 특권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흑인들은 그들보다 나중에 이민 온 인종에 비해서도 모든 면에서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력, 인구구성, 선거제도 모두 백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