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아연 누적 생산량 순위. 연화광산이 납과 아연 생산량 모두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국광업백년사
영풍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연화광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납·아연 광산으로 성장했다. 납·아연 누적생산량 순위를 보면 연화광산이 1위인데, 납 생산량은 약 50만 톤으로 전체의 57.1%, 아연 생산량은 97만여 톤으로 전체의 42.6%를 차지했다. 영풍이 개발한 제2연화광산(삼척시 가곡면 풍곡리)도 아연 생산량 2위, 납 생산량 5위를 차지했는데, 두 광산의 생산량을 합하면 납과 아연 모두 점유율이 70% 내외가 된다.
연화, 제2연화를 중심으로 한 광산개발을 통해 영풍은 엄청난 이윤을 얻었다. 한 예로 1972년 영풍광업은 광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남겼는데, 당기순이익이 약 4억 86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00%나 증가했다. 1960~1970년대 광산개발을 통해 영풍은 굴지의 광산업체가 되었다.
연화광산에서 생산된 아연 정광은 초기에는 전부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국내에 아연제련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1965년 동신화학의 아연제련소가 설립되면서 연화광산의 아연 정광 일부가 동신화학에 공급되었고 나머지는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1970년 석포에 아연제련소를 설립하면서 영풍은 채광→선광→제련으로 이어지는 아연괴 완제품 생산을 위한 일련의 시설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이후 계속된 채굴량 증가를 기반으로 또 하나의 아연제련소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연화광산에서 생산된 아연 정광을 영풍이 자체 제련하게 되면서 아연 정광을 공급받기 어렵게 된 동신화학 아연제련소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문을 닫았다. 국내 아연 시장을 독점하게 된 영풍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1993년 연화광산이 휴광하면서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은 대부분의 아연 정광을 외국에서 수입하게 되었다. 이후 두 업체는 제련시설을 확대하고 연화광산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아연 정광을 수입했다. 현재 영풍그룹은 아연 매출 세계 1위(10%)를 차지하고 있다.
연화광산에서 생산된 납 정광 역시 초기에는 전부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구리제련소로 출발한 장항제련소(충남 서천군 장항읍)가 1965년 납 제련을 시작하면서 연화광산의 납 정광 일부가 장항제련소로 보내졌고 나머지는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장항제련소는 1936년 설립되어 1989년까지 용광로를 가동하여 구리·납·주석을 제련했는데, 주변 농경지가 비소, 카드뮴, 납 등의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현재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정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십)억 년 세월 동안 봉화군 석포면 연화산에 잠들어 있던 광물이 근대화의 미명 하에 장항으로 쫓겨가 농토를 병들게 하는 오염원이 된 셈이다.
일본 기술자, 연화광산 개발에 참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