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시공사
첫 회사를 그만둘 때 나를 말리는 사람들의 말의 요지는 이거였다. '여기서 나가면 더 힘들 거야, 그냥 참아.' 그때 나는 '만약 여기서 나간다고 해서 먹고살지 못하게 된다면, 삶은 참 가혹한 것이므로, 나는 이 삶을 사랑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다.
이후 두어 군데 회사를 더 다니다 그만둔 나는 요즘 자주 이 삶을 사랑할 수 없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회사를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먹고사니즘은 물론 중요하지만, 삶이란 먹고사니즘만으로는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역시 먹고사니즘이 충족되지 못할 땐 불안하다. 그렇기에, 프리랜서란 불안을 일상처럼 경험하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일이 있다고 해서 내일도 일이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열심히 글을 써서 출간을 하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작가는 내가 아닌 다른 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어제처럼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건 이런 의미 아닐까. 불안하긴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이 일을 참으로 좋아한다는. 불안과 자책과 재능 없음에 짓눌리면서도, 꿋꿋이 앉아 나의 이야기를 글로 부려놓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 이 책은 프리랜서의 삶을 결코 포장하지 많으면서 또 결코 프리랜서를 포기할 생각도 없는 5년 차 프리랜서 작가의 고백록이다.
"프리랜서의 세계는 몸을 부딪치며 스스로 터득하는 것 외엔 마땅히 배울 곳도, 조언을 구할 사람도 흔치 않다. 매일이 자신을 피실험자로 한 예측 불가 실험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 정체를 특정 조건으로 정의 내리는 대신 상태로 파악하게 됐다. 프리랜서란 자신의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가 높은 사람이 아닐까."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지은이), 다산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