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문하연
그런 와중에 책이 나왔다. <오마이뉴스>에 '명랑한 중년'이란 타이틀로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2년 가까이 연재하다 보니 글 양이 많았다. 글은 많고 페이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싣지 못하는 아까운 글들이 너무 많다며 출판사 편집자는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나는 <오마이뉴스>에 사는 이야기, 그림 이야기, 클래식 이야기, 크게는 이렇게 세 꼭지의 글을 썼다. 그중에 그림 이야기는 '다락방미술관'으로 이미 탄생했고 이번이 두 번째 책이다. '명랑한 중년'은 세 꼭지 중에서 가장 처음 시작한 연재이며 가장 응원을 많이 받은 글이기도 하다. 반면 욕을 조금 먹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사는 이야기' 코너를 이해하고 있다. 개인의 일상이 타인에게 울림을 주거나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때 기사가 된다. 이 의미를 잘 모르는 포털의 독자들은 '제발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고 난리다.
그분들이 모르는 게 있는데 일기장에 쓰면 원고료가 안 나와요. 그리고 이런 글을 쓰고도 돈을 받냐고 화를 내시는 분도 있는데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도전을 권해 드려요. 아무나 쓸 수 있거든요.
시민기자가 쓴 글이 채택되면 소정의 원고료를 받는다. 말 그대로 소정이다. 게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용기를 내어 내 삶과 생각을 조심스럽게 한 조각 내놓고 5급 공무원 연봉에 해당하는 욕을 일시불로 먹으면 정신이 혼미해져서 심각하게 절필을 고민하게 된다. 이거 무슨 성과급도 아니고, 댓글 욕 상한제가 절실하다.
욕만 먹는 건 아니다. 고맙게도 어디선가 서포터즈가 코트 자락 휘날리며 나타나 나 대신 한 마디 해주거나 응원 메일을 보내주는 일도 생긴다. 그러면 또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했다.
'그만 쓰고 싶은' 마음과 '한 글자라도 쓰고 싶은' 마음 사이를 무던히 오갔다. 부대끼기도 했지만, 날 괴롭게 하는 것이 날 성장시킨다고, 그렇게 1밀리미터씩 성장했다. 성장에 성장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글 몇 편을 오마이뉴스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삶의 변화가 생겼다. 그 글은 '명랑한 중년'이라는 연재로 이어졌고 이어서 내가 그간 공부해왔던 예술 분야의 글도 쓰게 되었다. 여세를 몰아 대본 공부에 매진, 가극까지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미술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인기도서가 되면서 라디오에도 출연했다. 그림에 대한 강의 제안도 받아 이번 여름부터는 줄줄이 강의도 잡혀 있다. 나비효과란 이런 것인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인 화양연화를 필명으로 쓰고 있는데, 진짜 내 인생의 화양연화가 시작된 셈이다.
'명랑한 중년'을 쓰면서 명랑하기 힘든 순간들도 많았다. 기쁨 하나를 주면 고통 열 개를 주는 게 인생.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의 성난 파도를 잠재웠고, 슬픈 뱃고동을 떠나보냈다. 순간순간 엄습하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 했다.
벌어진 사건을, 또 그걸 바라보는 나를 객관화 시키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객관화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지 모르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또 그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글을 쓰는 거니까.
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글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것보다 책은 휠씬 많은 사람의 노고가 합쳐진 결정판이다. 그러니 무슨 영화제 대상이 아니더라도 책 한 권이 나올 때마다 감사할 사람이 많다.
가장 감사하는 분은 누가 뭐래도 내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 게다가 응원의 글까지 남겨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그 덕에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연재를 제의해 주신 편집기자, 책을 만들어 주신 편집자, 일러스트 작가 모두에게 모두 감사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유튜브 인기가 치솟고 있다.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어 자신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들 모두가 공통으로 쓰는 문구가 있다. 유튜버는 아니지만 나도 이 말을 써보고 싶다.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 흔들리고 아픈 중년을 위한 위로와 처방
문하연 (지은이),
평단(평단문화사), 2020
다락방 미술관 -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
문하연 (지은이),
평단(평단문화사), 2019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고 욕하신 분, 꼭 보세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