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읍의 '까페빈둥'에서 만난 김찬두씨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함양읍 동문네거리 인근에 까페빈둥이 문을 연 것은 2012년 10월. 그때만 해도 읍내에 카페가 많지 않았고, 프랜차이즈 아닌 주인의 취향과 특색이 드러나는 곳은 더더욱 드물었기에 금세 입소문이 났다. 심지어 카페 이름이 '빈둥'이라니,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거 말고 다르게 살아보자, 그게 가장 컸어요. 내 인생, 내 시간을 나 중심으로 살아가고 싶었고, 그러기엔 시골이 나을 것 같아 내려왔죠. 그때 한창 작고 느슨한 것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어요. 시골 마을의 학교랄지 텃밭농사 같은. 아담한 공간에서 작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픈 마음도 있었고요."
처음 5년간 빈둥의 '마담'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은진(45)의 옆지기이자, 재작년부터 현재까지 일명 '빈둥 시즌2'를 주도하고 있는 김찬두(51)씨의 말이다.
도시에 살 때 주로 비영리 공공문화예술조직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해온 그는 "빈둥대는 시간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며 재미난 일로 연결"될 가능성을 믿는다. 말하자면 까페빈둥은 그런 가능성이 개인의 삶에서, 나아가 마을 공동체 안에서 피어나도록 다양한 일들을 실험해보는 공간이라 할까.
이런 점에서 생각이 일치했던 부부는 빈둥에서 크고 작은 문화공연이며 영화제며 장터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뭔가 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었다.
"빈둥은 서류상으로는 개인사업체지만 운영은 빈둥협동조합이 해왔어요. 지난해부터는 조합원 아닌 사람도 카페 매니저로 참여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베이킹을 하는 사람은 여기서 자기가 만든 빵이나 쿠키를 팔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는 거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 근무하면서 낭독 모임을 하거나 달마다 주제를 정해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일은 나누고 활력은 더하고
빈둥의 운영 구조가 점점 더 열려가고 문턱이 낮아진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빈둥이 어떤 용도로 쓰이든 누군가는 그 공간을 지키면서 오는 이들을 맞이해야 하는데, 이를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그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어도 그걸 한 사람이 짊어지면 지치잖아요. 특히 카페는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한다는 게 힘들죠. 그래서 몇 사람이 돌아가며 일을 하고 수익도 나눠봤는데 액수가 얼마 안 되니까,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인건비를 이 공간에 환원하자고 얘기가 된 거예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마을활력기금'이다. 빈둥 운영비를 빼고 남은 수익에, '함양작은변화포럼'과 '모임들의 저녁식사' 등 지난해 진행한 굵직한 행사 때마다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이 더해졌다. 언제부턴가 늘 빈둥 곁을 어슬렁거리며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이들의 마음이 담긴 이 기금은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을까?
"지난해 말에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와 얘기한 게 이 공간을 좀 더 활성화하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취미문화동아리를 만들거나 지원하는 '문화로수다방'이에요. 드립커피와 카혼, 직조, 중창, 드로잉 등을 주제로 강좌나 모임을 했는데, 요일별로 사람들이 여기 와서 뭔가 하는 모습이 되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올봄에는 마을활력기금을 종잣돈으로 문화로수다방 2기를 추진해볼까 하다가 코로나로 계속 미뤄진 상황이에요. 이제 곧 시작해야죠."
빈둥이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이 일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기획할 때마다 항상 '사이즈'가 아쉬웠기에 고민이 될 법도 한데, 찬두씨는 이 또한 '빈둥의 활성화'에서 해답을 찾는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일을 벌이다 보면 언젠가는 "여긴 너무 좁으니 더 큰 데로 옮겨볼까? 그럼 뭐부터 하면 되지?" 같은 말과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 먼저 걸음을 뗀 건 한두 사람이어도 점차 그룹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문화가 싹트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꾸준히 잘 '던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