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장터로 가는 허 생원과 동이소설 속 봉평에서 대화장터로 향하는 세 사람을 형상화한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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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상상을 자극하는 여러 장치에도 불구하고, 허 생원과 동이가 굳이 부자관계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쩌면 동이라는 아이는, 허 생원 인생에서 무지개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허 생원은 하룻밤 풋 사랑을 나눈 여인을 그리워한다.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을 거란 희망으로 살아간다. 그 여인을 다시 만나려고 늘 같은 길을 걷는다. 조 선달은 허 생원이 하는 그 얘기를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듣고 살았다.
허 생원은 동이가 당나귀를 몰 때 왼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다. 그러고선 자신을 꼭 빼닮은, 자기 아들이라고 혼자 규정짓는다. 무지개를 좇는 순수함과 애잔함이 묻어난다. 동이는 그런 허 생원의 의중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소설 속 상상의 관계로 남아 있는 것이, 훨씬 아련하고 더 운치 있어 보인다.
봉평에 가거들랑 섶다리 몇 개는 부디 건너보시길
이렇게 멋진 관계가 현실 세계로 들어와 이어짐과 끊김이 반복되면서 나빠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어짐과 끊김에는, 같은 핏줄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짐을 지켜내고 간직하지 못한다면, 다른 핏줄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어 버린다. 우린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비일비재하게 겪거나 보고 있지 않은가?
둘이서 제천까지 가면서, 멋진 섶다리 몇 개를 부디 건너기를 바란다. 부자관계가 아니어도, 새롭게 만들어진 이어짐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어도, 끊김이 없는 애틋함을 지켜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 사이에 진정한 '이어짐'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