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코로나 장발장' 달걀 18개 훔쳐…18개월 실형 구형> 보도 캡처
JTBC 캡처
9번의 절도, 700여만 원, 13년... 아무리 횟수가 많다고 하지만, 700만 원치 물건을 훔친 이가 감옥에 13년 있는 것은 합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에선 '동종 전과'가 있거나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판단하면 가중처벌을 합니다. 특정범죄가중법(특가법) 제5조4(상습 강도·절도죄 등의 가중처벌)에 따른 것입니다.
특가법 제5조4의 제5항1호는 '세 번 이상 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산 사람이, 또 다시 절도를 저지를 경우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제5조4의 제6항은 '상습 절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 3년 이내에 다시 상습 절도를 저지를 경우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상습'이란 범죄행위의 수법이나 동기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동종 전과가 있다고 해서 모두 상습범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이 처벌 조항은 과거에 비해서 완화된 것입니다. 특가법이 형법과 동일한 내용으로 '상습 절도죄'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형량만 높다는 점(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2015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언론들은 한 남성이 2만원 가량이 들어있는 동전통과 라면 10개를 훔쳤다가 특가법이 적용돼 3년 6개월형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장발장법'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개정된 법도 과거보다는 구체적인 기준이 세워지고 형량 기준이 약화됐을 뿐입니다. 이번 사례를 비롯해 특가법이 '장발장법'처럼 적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는 게 현실입니다.
빈곤 문제를 다루고 있는 변호사들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특가법으로 기소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생계형 범죄에는 형법을 적용하거나 기소유예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는 겁니다.
특가법 제5조 4에 대한 위헌 결정을 받아냈고, 현재 수원지법 국선 전담을 맡고 있는 정혜진 변호사는 "누군가가 절도로 처벌받았는데 자숙하지 않고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며 "생계형 범죄자가 아니라 수천만 원짜리를 훔치는 범죄자도 있기 때문에 현행 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생계형 절도를 반복해서 징역형을 받은 사람들은 출소해도 경제적 안전망이 없으니 또 절도를 하게 된다"면서 "검찰이 특가법이 아니라 형법으로 기소할 수도 있는데, 좀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도희 변호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는 "검찰이 피고인의 사정을 감안해서 특가법에 규정된 형량보다 낮게 구형한 것 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소유예'를 하면 좋지 않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검찰이 특가법으로 기소하면 실형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도시연구소와 경향신문이 지난 4월에 펴낸 '떠도는 사람들의 빈곤과 범죄 보고서'에선 "2018년 한 해 동안 특가법상 상습 강도·절도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1762명 중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단 1명에 그쳤다(법원행정처, 2019)"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왜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