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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수원화성, 폐허 속에서 '삶'을 꿈꿨던 피란민들

곽재용 기증 사진전... 기록영상으로 보는 한국전쟁과 수원

등록 2020.07.13 09:43수정 2020.07.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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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수원박물관 전경 ⓒ 한정규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념의 대립으로 남과 북이 나뉜 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은 이 땅을 폐허로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죽거나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전쟁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분단은 계속되고 있다.


수원은 한국전쟁 기간에 전략적 요충지로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져, 많은 피해를 입었다. 수원화성의 장안문과 창룡문, 도시가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성곽시설물과 성벽도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곳은 동시에 삶의 터전을 잃은 피란민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수원사람들은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달래면서 수원을 재건해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수원박물관 1층 전시실 ⓒ 한정규

202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가 전쟁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도록 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하기 위하여 전쟁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수원박물관에서 곽재용 기증 사진전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가 6월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반관람이 되지 않고 있어 수원박물관 이동근 학예사의 도움으로 전시회를 취재했다. 박물관 입구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열 체크를 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들어갔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수원하성 장안문 ⓒ 한정규

영화감독 곽재용은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화성 화서문 밖에서 살았다. <비오는 날 수채화>, <가을여행>,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뛰어난 영상미, 특유의 감수성이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다. 그가 수집한 1950~1960년대의 슬라이드 필름을 사진으로 인화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곽재용 감독이 수원박물관에 기증한 것은 슬라이드 필름 118매, 한국전쟁 당시의 전단지 3점, 1964년 한국의 신필름과 홍콩 쇼브라더스 합작으로 만든 영화 <달기> DVD 2점 등 총 126점이다. 곽재용 감독이 기증한 사진은 주로 미군이 촬영한 것이다. 사진을 분류해 1부 '전쟁', 2부 '기억, 그리고 사람들'로 전시회를 구성했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수원화성 창룡문 ⓒ 한정규

1부 '전쟁'은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수원화성 성곽 사진으로 전쟁의 참상을 조명하고 있다. 수원화성 장안문의 완전한 모습과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참담한 장안문 사진이 대비를 이룬다. 장안문은 1950년 9월 26일 미군기의 폭격으로 2층 문루와 홍예문이 파괴되었다.

누각이 사라진 창룡문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무너진 동북노대와 동북공심돈을 성 밖에서 바라본 모습은 애처롭지만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창룡문에서 남쪽 방향으로 무너진 성가퀴(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성 위에 낮게 덧쌓은 담)가 이어지는데 일부만 남아있는 동포루의 옛 모습은 처음 보는 사진이다. 동포루의 원형을 고증할 수 있는 귀중한 사진이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수원화성 동포루 ⓒ 한정규

'동문은 도망가고 서문은 서있고 남문은 남아있고 북문은 부서지고'라는 말처럼 부서진 장안문과 창룡문, 온전한 팔달문과 화서문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은 시설물인 팔달문, 화서문, 서북공심돈, 방화수류정은 보물로 지정되었다.

한국전쟁 발발 후 수원에는 수많은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곳곳에 피란민촌이 형성되었다. 방화수류정, 화홍문 주변에 형성된 피란민촌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빼곡하게 들어찬 움막집 사이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녀의 모습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보는 듯하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피란민들로 가득한 수원화성 방화수류정 ⓒ 한정규

2부 '기억, 그리고 사람들'은 전쟁 이후 제 모습을 찾아가는 도시를 조명하고 있다. 성곽이 복원되고 도로와 다리를 다시 놓고 정비했다. 팔달문 옆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도시의 풍경 속에서 수원사람들의 희망과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팔달산에서 바라본 팔달문과 주변 모습에서 도시가 재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팔달산에서 바라본 화서동 들판 사진은 드넓은 대유평이 인상적이고 서포루 모습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어 귀중하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서포루 ⓒ 한정규

씨름을 하며 휴식을 즐기는 군인들 모습, 지게를 지고 표정이 굳어있는 농부를 찍는 미군과 그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는 다른 농부를 한 컷으로 담은 사진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들판의 허수아비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미군, 원두막에 올라 누워있는 미군, 빨래하는 모습, 농사일 하는 모습 등의 사진을 통해 평화로운 일상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록영상으로 보는 한국전쟁과 수원'이란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한 영상 중 수원과 관련한 영상을 편집해 5분 47초 분량으로 만든 것이다. 1950년 6월 29일 이승만 대통령이 수원비행장에서 처치 준장을 만나는 장면, 수원비행장에 도착한 맥아더 총사령관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모델이 된 농부의 어색한 표정과 그를 웃으며 쳐다보는 또다른 농부, 이 광경을 한컷에 담은 사진 ⓒ 한정규

1950년 7월 1일 수원역에 집결하는 국군과 경찰병력, 소년 정치사상범 모습이 보이고, 1951년 1월 28일 수원화성 장안문을 통과하는 미군탱크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수원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swmuseum.suwon.go.kr/index.jsp)

이동근 학예사는 전시회의 취지, 기증 사진의 가치, 영상물의 내용 등을 설명해줬다. "특히 곽재용 감독이 기증한 사진은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것처럼 작품성이 우수하고 기존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과도 다른 배경과 구도를 가지고 있어 1950년대 수원의 모습을 확인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며 사진의 가치를 평가했다.
 

한국전쟁과 수원화성 전시회 전시실의 다양한 사진들 ⓒ 한정규

이번 전시회는 6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열리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일반관람은 안 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해 전시관람 방역기준을 정해 시민들에게 선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e수원뉴스에 게재되었다.
#수원박물관 #한국전쟁 #수원화성 #곽재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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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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