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생태하천에서 '생태' 빼려는 은평구? '무분별' 제초 논란

불광천변 유해식물 제거하며 전 구간 제초... "억새·야생초 등 보존 방안 고민해야"

등록 2020.07.22 16:51수정 2020.07.22 17:23
0
원고료로 응원

불광천 변 제초작업 현장 ⓒ 은평시민신문


서울 은평구청이 불광천변 유해식물을 제거한다며 이 일대 식물을 모두 잘라내는 제초작업을 진행해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해식물만 선별해서 제거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온갖 다양한 생물을 다 잘라내 버렸기 때문이다. 

은평구청은 7월 13일부터 응암역~새절역 불광천변 일대 녹지를 대거 제초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은평구청 치수과관계자는 "유해식물과 불광천에서 자생하는 잡초들로 인해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산책로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있어 제초 작업을 진행했다"며 "생태하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수초들은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불광천변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A씨는 "갈대 등 토종식물을 제외한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식물들이 하천을 가로 막아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게 해, 특히 장마철에 물을 오염시키고 악취가 발생하게 하는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작업자인 B씨는 "식물이 심하게 우거지면 안에서 뱀이나 쥐가 서식할 수 있어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은평구에서 제초기까지 동원해 전체 불광천 일대를 대규모로 제초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2017년 4월 시민들과 구청 직원 100여 명이 손수 환삼덩굴을 제거하는 자원봉사를 진행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갈대를 제외한 모든 식물을 제거했다.

"정교한 유해식물 관리지침 필요"
 

불광천변 제초작업 후 ⓒ 은평시민신문


하지만 불광천을 자주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은 유해식물을 제거하겠다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식물까지 모조리 제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해식물을 제거할 때도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불광천에서 오랫동안 생태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정순씨는 "장소와 식물 별로 베어야 할 것과 가꿔야 할 것이 있는데 무조건 베기만 하는 건 탁상행정"이라며 "환삼덩굴 같은 유해식물은 자생력이 강해서 뿌리째 뽑는 방식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광천 벚꽃이 유명하다고 해도 일주일이면 꽃이 지는데 작은 야생초, 갈대나 억새 등을 잘 가꾸어 볼거리 많은 불광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불광천변에는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생태계 교란 생물로, 환삼덩굴은 다른 식물을 휘감아 말라죽게 하면서 서식지를 넓혀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갈대 등 토종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또한, 단풍잎돼지풀 역시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7월~9월 사이에 꽃가루를 발생시켜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생태계 교란 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대대적인 제초작업을 불가피하게 진행했다는 것이 은평구의 설명이다.

생태보전시민모임에 따르면, 불광천변에는 200여 종 이상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각의 식물이 어우러지면서 생태하천의 면모를 높이고 있으며 불광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평구청의 주장대로 유해식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라하더라도 무분별하게 다 잘라내는 방식 대신 이를 위한 관리지침은 필요해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생태교란식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태교란식물 분포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한 뒤 전문가에게 관리방법 자문을 요청하고 시민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관리계획에 따라 현장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등 작업일지와 사진 등을 자료화하고 정기적인 현장모니터링으로 변화과정을 기록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는 "환삼덩굴, 돼지풀 등 생태교란식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새싹시기에 뿌리째 뽑는 방식이 필요하며 4~5년 이상의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인 활동과 함께 정확히 어떤 식물을 제거할 것인지 분명한 타켓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불광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은평시민신문은 은평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지역언론입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하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원룸 '분리수거장' 요청하자 돌아온 집주인의 황당 답변
  2. 2 나이 들면 어디서 살까... 60, 70대가 이구동성으로 외친 것
  3. 3 서울 사는 '베이비부머', 노후엔 여기로 간답니다
  4. 4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5. 5 택배 상자에 제비집?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